국경없는 경제전쟁.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이 용어는 오늘날 세계 경제계의 유일한 관심사로
떠오른 치열한 국제경제환경을 대변하고 있다.

90년을 전후해 사회주의권이 일거에 몰락한후 체제경쟁에서 승리한
자본주의사회가 이제 체제내 경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모든 국가전략을
집중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가경제를 생산과 분배의 양측면에서 설명하는 많은 경제학자들은
효율과 복지의 두 수레바퀴가 조화되지 않는 국가경제를 결코 성공적이라
평가하지 않는다.

최근 적지 않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효율과 복지의 양면에서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를 소개한 "사회적 시장경제의
이해"(호르스트 프리드리히 뷘셰편저 한국경제정책연구회역 비봉출판사간)가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일의 루드비히 에르하르트 재단이 사회적 시장경제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펴낸 "사회적 시장경제의 이해" "사회적 시장경제에서
사회적인 것"등 두권의 안내서 가운데 첫째권이 번역 소개된 것.

역자인 한국경제정책연구회는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이었던
현실사회주의가 붕괴되고 국가개입주의 잔재의 청산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사회적 시장경제의 사상과 현실을 살펴보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특히 중앙관리경제적 질서위에 수립됐던 이른바 개발독재체제를 종결하고
자유주의적 경제개혁으로 세계화를 수행하려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시장경제에 대한 각별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2차대전후 서독은 질서 자유주의 사상을 기초로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를 구축하면서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부흥을 이루었다고
말한다.

30년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교수들이 발전시킨 질서자유주의는 마르크스
주의와 역사학파가 공유하고 있는 역사발전의 필연성, 국가주의적 경제
사상을 비판함과 동시에 케인즈류의 경제과정 개입정책도 배격한다.

경제질서의 틀로 경제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으로 모든 경제위기의
원인을 시장경제질서의 붕괴에서 찾고 있다.

국가의 자의적인 통화관리, 외환관리나 사적 경제권력에 의한 경쟁질서의
파괴등이 경제불안정의 근본원인이라는 것.

따라서 질서자유주의는 종국적으로 국가가 경제과정에 직접적인 주체로서
개입해서는 안되며 경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만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속에서 질서정책은 물론 부득이한 경우의 개입정책도 전체질서를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집행돼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시장경제의 실제" "사회적 시장경제의 이론"등 총2부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루드비히 에르하르트등 질서자유주의의 주요 이론가와
그 제자, 최고 정책책임자들의 연구와 함께 아담 스미스 세이 튀넨등
고전적 경제학자들의 논문 44편을 수록하고 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