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은 최근 야심적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기존 세계 최고층 빌딩인 미국 시카고 시어즈타워(110층)보다 더 높은
초고층 빌딩을 독자설계, 건설한다는 것.

현대는 이를위해 미 일리노이공대 엘님에어리 교수 등 10여명의 초고층
건물 전문가로 기술연구팀을 구성해 120층규모의 사무실 호텔 상가 등
복합용도의 초고층 건물의 기본설계를 마련키로 했다.

이 연구팀은 건물의 기능 공간 환경 미학에 대한 분석을 비롯, 하중 법규
진동저감장치 고강도콘크리트 통신 조명 방재 수직교통시스템 하중 내진성
등 초고층 건축물 설계와 관련된 각종 연구를 실행케 된다.

현대건설이 초고층 건물에 도전하고있는 것은 건설의 기본인 "설계
기술력"을 높여 고품질의 상품을 생산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초고층 빌딩관련 공사발주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점을 감안,
초고층 빌딩 설계및 시공부문을 미래주력사업으로 집중 육성한다게
현대건설의 전략이다.

대우건설은 자체개발한 시공기술을 건설선진국인 미국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기존의 조립식 공법을 특화시킨 DWS(Daewoo Building System)공법을
미국의 캐스린 톰슨사에 이전한 것.

계약내용은 라이선스 수수료 100만달러, 로열티 300만달러, 디자인수수료
200만달러 등 연간 600만달러를 받는 조건.

그동안 장래를 대비하는 안목으로 연구개발에 주력해온 성과의 하나이다.

요즘 국내건설업계에 기술개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주택 빌딩 교량 공항 등 각종 건축물의 신공법개발을 위한 연구는 물론
이고 원자로 자연회수시설 환경보호시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를 그
대상으로 하고있다.

건설업계가 과거의 단순시공능력 배양에서 벗어나 이처럼 연구개발(R&D)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의 하나이다.

그동안 한국건설업계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공기단축" 지상주의가 더이상
먹혀들기 어려운 시장여건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

앞으로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위해서는 남들이 쫓아오기
어려운 독자적인 첨단기술보유가 전제되고있다.

이에따라 저마다 연구개발투자를 대폭 늘려 고유의 기술을 확보하기위한
기반조성에 나서고있다.

현대건설은 기술개발비를 현재 연간 600억원수준에서 오는 2000년에는
2,24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인텔리전트및 초고층빌딩 장대교량의
설계능력과 지하공간개발 기술연구에 촛점을 맞추고있다.

폐수처리 에너지관리시스템 신소재개발 등 고품질의 건축물을 짓기 위한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동아건설은 60명인 석.박사급 기술개발 인력을 올해안에 120명으로 확충
하고 특히 런던에 있는 해외기술연구소를 활용, 선진건설업체와 기술제휴를
적극 모색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건설부문은 지난해 300억원 수준이었던 연구개발비를 올해
630억원으로 크게 늘리는 한편 오는 99년까지 경기도 기흥의 건설기술연구소
내에 중앙실험실 주택생활체험관 구조실험동 음향실험동 기전실험동
수리실험동 지하공간실험동 등을 연차적으로 완공, 관련 건설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키로 했다.

대우건설도 R&D비용을 지난해 592억원수준에서 올해엔 690억원으로 늘리고
연구분야를 시공보다는 설계능력과 CM(Construction Management)능력
배양에 집중키로 했다.

LG건설은 내년까지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 독립기술연구소를 건립, 현재
15명인 기술연구인력을 110명 수준으로 늘리고 건축과 토목분야의
첨단연구과제를 선정,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아직 국내 건설업체들의 기술력은 매우 낙후돼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공력을 제외하고 국내 건설업체들의 보유기술이 선진국 주요 건설업체
보다 앞선 분야는 전무한 실정이다.

또 연구개발열기는 일부 대형업체에 국한된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쓰레기소각장 등 고부가가치 사업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첨단기술"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미분양주택이 늘어나면서 주택건설업체들이 한채라도 더 팔기위해
공간이용을 극대화할수 있는 첨단 미래형 주택개발도 필요해졌다.

어느 건설업체든 기술이 우선되지 않고는 제대로된 영업을 하기 어렵게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지난해 매출규모가 23억원에 불과한 중소 공정관리 전문업체인
(주)공관이 최근 미국 벡텔사의 파트너로 선정돼 경부고속철도 공사에
대한 설계 품질등 각종 공정관리를 맡게된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작은업체도 남보다 앞선 기술력만 갖추고 있으면 대형 프로젝트를 따낼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 방형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