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노동의 종말' .. 정보화가 노동에 가하는 충격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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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 한경서평위원회 선정
저자 : 제레미 리프킨
출판사 : 민음사
"노동의 종말"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미래학적 예언서의 추상성을
벗어난다.
리프킨은 문명사적 관점에서 정보화 사회의 본질과 의미를 규명하고 이것이
삶의 양식인 "노동"에 가하는 충격을 진단한다.
산업 기계가 노동자를 공장밖으로 몰아낼 때 그들은 기계파괴운동으로
저항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산업 기술은 생산력 발전이 촉발한 시장 확대에 힘입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리고 경기와 생산 주기 변동에 의한 구조적 실업은 케인스적 국가에
의하여 효율적으로 관리되었다는 것이 지난 시대의 논리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 논리가 정보화 사회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 동의한다.
정보 기계와 기술은 소프트웨어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결코 파괴되지
않는다.
또 정보 기술의 노동일소 효과를 강조하는 리프킨의 논지는 미래를 주도할
산업과 세계적 기업에서 진행되는 지배적 흐름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어
독자들과 비장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한다.
GM 크라이슬러 도요타 등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미 감원하고 있거나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유통산업의 대기업들도 기존 고용의 3분의 1 수준만으로 효율적 경영을
이루고 있다.
기업 리디자인 모델로 유명한 MIT의 마이클 해머 교수는 정보기술의
노동력 일소 효과를 "자동화하지 말고 없애 버려라"라는 섬뜩한 명제로
요약했다.
육체 노동력을 갖춘 프롤레타리아트가 정보화 시대에는 지식을 겸비한
코그니타리아트로 변할 것이라는 토플러의 예견은 낙관적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리프킨은 블루칼라의 종말, 그것도 생존 수단이 뿌리뽑힌
냉혹한 종말을 단언한다.
그는 정보화가 노동 계급의 진혼곡이며 해고통지서를 남발하는 소리없는
혁명이라고 주장한다.
정보화로 밀려난 수많은 실업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정보화가 노동의 의미와 양식을 급격하게 바꾸고 있는 이때 정부.
기업.노동조합은 과연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
리프킨은 이렇게 명백한 비관론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온갖 난관을 극복
해온 인류의 지혜와 문명의 저력에 남다른 희망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낙관적 전망을 잃지 않는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동시간 단축과 공유,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발적 결사체의 활성화
와 인본주의적 시민운동 확산이 그 희망적 대안이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새로운 사회 계약이 정보화 사회를 길들이는 최선
의 지혜"라고 리프킨은 강조한다.
"노동의 종말"은 현재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문명의 혁명에 대한
긴장감 넘치는 보고서이자 냉혹한 진단서이다.
송호근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4일자).
저자 : 제레미 리프킨
출판사 : 민음사
"노동의 종말"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미래학적 예언서의 추상성을
벗어난다.
리프킨은 문명사적 관점에서 정보화 사회의 본질과 의미를 규명하고 이것이
삶의 양식인 "노동"에 가하는 충격을 진단한다.
산업 기계가 노동자를 공장밖으로 몰아낼 때 그들은 기계파괴운동으로
저항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산업 기술은 생산력 발전이 촉발한 시장 확대에 힘입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리고 경기와 생산 주기 변동에 의한 구조적 실업은 케인스적 국가에
의하여 효율적으로 관리되었다는 것이 지난 시대의 논리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 논리가 정보화 사회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 동의한다.
정보 기계와 기술은 소프트웨어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결코 파괴되지
않는다.
또 정보 기술의 노동일소 효과를 강조하는 리프킨의 논지는 미래를 주도할
산업과 세계적 기업에서 진행되는 지배적 흐름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어
독자들과 비장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한다.
GM 크라이슬러 도요타 등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미 감원하고 있거나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유통산업의 대기업들도 기존 고용의 3분의 1 수준만으로 효율적 경영을
이루고 있다.
기업 리디자인 모델로 유명한 MIT의 마이클 해머 교수는 정보기술의
노동력 일소 효과를 "자동화하지 말고 없애 버려라"라는 섬뜩한 명제로
요약했다.
육체 노동력을 갖춘 프롤레타리아트가 정보화 시대에는 지식을 겸비한
코그니타리아트로 변할 것이라는 토플러의 예견은 낙관적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리프킨은 블루칼라의 종말, 그것도 생존 수단이 뿌리뽑힌
냉혹한 종말을 단언한다.
그는 정보화가 노동 계급의 진혼곡이며 해고통지서를 남발하는 소리없는
혁명이라고 주장한다.
정보화로 밀려난 수많은 실업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정보화가 노동의 의미와 양식을 급격하게 바꾸고 있는 이때 정부.
기업.노동조합은 과연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
리프킨은 이렇게 명백한 비관론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온갖 난관을 극복
해온 인류의 지혜와 문명의 저력에 남다른 희망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낙관적 전망을 잃지 않는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동시간 단축과 공유,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발적 결사체의 활성화
와 인본주의적 시민운동 확산이 그 희망적 대안이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새로운 사회 계약이 정보화 사회를 길들이는 최선
의 지혜"라고 리프킨은 강조한다.
"노동의 종말"은 현재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문명의 혁명에 대한
긴장감 넘치는 보고서이자 냉혹한 진단서이다.
송호근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