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현지인 직원채용을 늘리는 등 현지화에 박차
를 가하고 있다.

현지직원들을 영업 등 일선 현업에 배치, 영업능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최근 일본의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우수인재를 확보하기가 용이해진 점도
이같은 한국계 기업의 ''인력현지화''를 부추기고 있다.

삼성저팬 삼성전자저팬등 삼성그룹의 경우 이달들어 대졸자를 중심으로
70명의 현지인을 신규 채용했다.

40명을 채용했던 지난해에 비해 약2배에 이르는 숫자다.

이에따라 삼성그룹은 약6백명에 이르는 사원중 3분의2에 달하는 4백명이
현지직원들로 채워졌다.

이들현지직원들은 대부분 영업이나 구매등 일본기업들을 직접상대하는
부서에 배치됐다.

삼성관계자는 "일본기업들이 사람을 뽑지않는동안 좋은 인재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며 최근의 대규모채용배경을 설명한다.

실제로 올해 삼성이 모집한 신규직원은 도쿄대 와세다 게이도 히도츠바시
니혼대학 등 5개명문대출신이 전체의 40%에 이른다.

대우저팬도 올해 12명을 뽑아 지난해보다 4명을 늘렸다.

대우저팬은 지난88년이래 주재원수를 35명선에서 억제하고 현지직원을
매년 전체인원의 10%씩 늘려가고 있다.

이에따라 전체 1백13명의 직원중 현지직원의 비율이 70%를 넘어섰다.

특히 올해 신입사원은 모두 도쿄대 게이오대 와세다대등 명문대출신으로만
구성돼 있다.

올해 와세다 게이오출신을 중심으로 8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한 LG저팬의
경우는 현지직원이 90%수준에 이르게 됐다.

전체 70명의 사원중 주재원은 8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쌍용저팬의 경우도 명문대출신을 중심으로 올해 13명(경력직원1명포함)을
선발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체직원 85명중 70%인 60명을 현지직원이 차지하게 됐다.

기아저팬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신입및 경력사원20명을 채용해
현지직원수를 48명으로 늘렸다.

17명의 주재원에 비해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신입사원과 경력사원의 채용비율은 대략 반반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진로저팬은 지난해4명 올해 9명등 1년여동안 13명의 현지직원을
채용했다.

이에따라 현지직원이 32명을 차지해 전체직원 42명중 4분의 3에
달하게 됐다.

진로의 경우는 신입사원보다는 7-8년된 경력사원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신입직원에게 들어가야 하는 교육투자비를 절감키 위한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는 직원을 뽑지 않았지만 지난해 한꺼번에 37명을
선발해 전체직원 6백36명중 현지직원을 5백68명으로 늘렸다.

68명에 불과한 주재원중에서도 20명은 정비및 운항관련직원들이어서
실재적으로는 90%이상이 현지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일본진출 한국기업들은 현지화를 촉진하는 한편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기 위해 현지직원들을 주요포스트에 중용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모두 26명의 임원이 있지만 이중 6명이 일본인이고
과장급이상의 간부직원도 50명에 달한다.

삼성은 일본본사의 경우 앞으로 사장직까지 현지인출신에게 맡긴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전체12개지점중 도쿄와 오사카를 제외한 10개지점의 지점장을
현지직원으로 임명했다.

지점장들은 대부분 25년이상을 근무해 완전히 대한항공맨 이 된
사람들이다.

LG저팬은 올 하반기 임기가 만료되는 오사카지점장 후임에 일본인을 채용
할 계획이다.

LG저팬은 이미 "앞으로 팀장은 모두 현지인으로 임명하겠다"고 선언해
놓은 상태다.

한국기업들은 최근 리쿠르트등 취업정보전문지를 통해 공개직원모집을
하고 있는데 채용예정자의 수십배에 이르는 지원자가 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기업들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점과 함께 일본의 취업난이
주일기업들의 현지화를 돕는 촉매제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도쿄=이봉구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