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천명한 "신노사관계 구상"은 21세기 새로운 시대적
조류에 대응, 세계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대립구도 10년"을 청산하고 협력적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사문제
에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뜻이다.

협력적 노사관계에 대한 "사회적 대합의"를 이루고 국민적 공감대속에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은 해방후 한국의 노동사에 큰 획을 긋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로서 "노사관계 개혁위원회"를 설치토록 한 것은
노동개혁의 구상을 현실화시키는 토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문민정부의 출범아래 사회각부문에 걸쳐 과감한 개혁작업들이
이뤄져 왔지만 노동문제만은 개혁대상에서 유보돼 왔었다.

노동문제가 엇갈리는 이해관계와 노사간 신뢰부족으로 인해 "현안"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금융실명제및 부동산실명제의 실시, 공직자 사정, 교육개혁,
5.18특별법제정등 일련의 개혁과정에서 더이상 노동분야의 개혁을 미룰수만
은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YS개혁"의 완성을 위해서는 다소 마찰이 있더라도 노동개혁작업에 착수
해야 한다는 의견도 청와대의 결심을 재촉했다.

또 현재의 대립적인 노사관계와 전근대적인 노사제도및 관행으로는 무한
경제전쟁시대의 냉혹한 논리를 극복할 수 없으며 공동체의 진정한 결속도
도모할수 없다는 인식도 노동개혁을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만들었다.

이처럼 큰 줄기속에 추진되고 있는 노동개혁의 첫 걸음은 노.사.정간의
대타협으로 요약되는 "사회적 대합의"에 있다.

노사정 모두가 공동의 비전과 꿈을 가지고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을 다짐
함으로써 보다 큰 틀속에서 노사가 화합하고 발전을 추구해 나가자는 취지
이다.

노사당사자의 의식.행태.문화.제도등 광범위한 부분에 걸쳐 변화와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김대통령이 강조한 "사회적 대합의"의 내용속에는 노.사.
정의 역할이 명시돼 있다.

우선 "생산성과 품질관리, 기술혁신은 노동조합이 책임을 진다"는 항목은
국민경제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노동계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분배"문제에만 집착하지 말고 "생산"에도 사용자와 같이 고민하고 협력
하는 모양을 갖춰 달라는 뜻에 다름아니다.

"고용안정과 고임금의 확보등 복지향상은 경영이 책임을 진다"는 항목은
근로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실현시키기 위해 기업이 책임의식을 갖고 경영에
임해 달라는 주문이다.

과거처럼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거나 근로자의 인격을 무시하는 경영발상은
더이상 바람직하지도 않고 용인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물가안정과 소득분배의 개선, 사회보장의 충실은 정부가 책임을
진다"는 항목은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정부, 복리구현에 앞장서는 정부로서
새로운 위상정립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같은 맥락에서 추진되는 "사회적 대합의"가 단순히 요란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개혁작업에 대한 각계각층의 진지한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의 호응과 참여없이는 진정한 개혁도, 새로운 노사관계의 창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신노사관계의 창출과 개혁작업은 정부가 공정하고 효율적인 중재자
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각부문의 이해집단들이 "공동선"을 향해 결속할 때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