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주력상품은 더 이상 돈이 아니라 정보다"

미국계 씨티은행의 리스턴전회장은 재임당시 이런 말을 했었다.

금융환경의 변화에 따라 "돈장사"인 은행도 정보산업으로 하루빨리
탈바꿈해야만 살아남을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제 국내에도 이런 지적이 유용한 시대가 도래했다.

저금리시대로 인해 예대마진이 축소되고 있다.

금리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이렇다보니 정확한 정보를 얼마나 빨리 획득하느냐가 은행경쟁력을
좌우하게 됐다.

물론 금융산업에서 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된건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금융자율화가 진전되기 시작한 80년대 중반부터 체계적인 정보의 입수와
활용은 꾸준히 강조돼왔다.

그러나 당시만해도 "미래를 위한 목표"에 불과했다는 점이 "현재형"이
돼버린 최근 상황과 다른 점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는 얼마전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사연은 이렇다.

모기금이 실시하는 1백억원의 금리입찰에 응할 것인지를 두고 담당부서간
긴급 회의가 열렸다.

"연10.9%만 보장하면 다른 은행들을 제치고 얼마든지 이 자금을 유치할수
있다"는게 수신부서의 주장이었다.

자금운용부서에서는 "회사채유통수익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이고 매물도 없는 편이어서 이만한 돈을 운용할데가 마땅치 않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마이크는 자금관계자에게 넘어왔다.

당시 이 관계자의 판단은 회사채수익률이 바닥까지 왔기때문에 1백억원의
자금을 끌어와 하루이틀 콜로 운용해도 충분히 마진을 낼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아니었다.

회사채수익률이 일시적인 반등을 보이긴 했으나 다시 연10%대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시장금리가 워낙 불규칙적으로 움직인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론 전산등을
바탕으로 시장금리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주먹구구식이었던 탓"이라는게
이 관계자의 고백이다.

금융산업에서 정보는 증권가의 "뜬소문"만을 의미하는건 아니다.

흘러다니는 각종 정보를 얼마나 빨리 체계화해서 자기것으로 소화하느냐를
뜻한다.

따라서 정보화를 위해 필요충분조건으로 얘기되는게 전산망과 합리적인
조직구축이다.

자기은행의 <>만기별 <>금리별 <>주체별 자산과 부채를 한눈에 파악,
빠른 판단과 실천을 하기위해선 그에 걸맞는 전산망구축이 필수적이다.

은행들이 최근 "경영정보시스템(MIS)"구축에 앞다투고 매달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철저히 업무별로 분업화돼 있는 조직을 일원화시키는 것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수신 여신 자금 신탁등 편의적인 조직체계를 고수하는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그렇게되면 판단이 늦어져 타이밍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올해 "리스크관리부"를 만들어 역동적인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게 단적인 예다.

이처럼 금융산업은 전산산업단계를 넘어 빠르게 정보산업화하고 있다.

저금리시대의 도래는 이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