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끝난 96 매스터즈는 메이저대회 사상 "최악의 몰락"으로
일컬어 진다.

1860년 시작된 영국 오픈 이래 메이저대회에서 최종일 5타차 리드가
뒤집혀 진 것은 5번 있었지만 6타차가 역전된 것은 이번 그레그 노먼의
경우가 처음이다.

1956년 매스터즈에서 잭 버크 주니어는 선두와의 8타차를 뒤집고
우승했었지만 당시 3라운드 선두 켄 벤추리는 2위와 4타차였다.

3라운드까지 노먼은 거의 완벽한 골프를 쳤다.

표현은 안됐지만 "저 정도 골프라면 그랜드슬램 (단일 연도 4개 메이저
모두 우승)도 노려 볼만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먼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멸했다.

그의 자멸은 "골프는 혼자만의 게임이 결코 아님"을 나타냈다.

상대가 닉 팔도가 아니었던들 노먼은 그렇게까지 비참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먼은 90년 영국 오픈에서 팔도와 맞붙어 76타를 쳐 67타를 친 팔도에
우승을 내준 적이 있다.

가장 뼈아픈 추억의 상대와 가장 긴박한 순간에 만난 격인데 그런
팔도가 다시 추격자가 됐으니 노먼의 부담은 훨씬 클 수 밖에 없었다.

<>.노먼과 팔도의 이번 대결은 "하나의 퍼팅이 라운드 전체를 좌우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것은 8번홀 (파5)에서의 팔도 퍼팅이었다.

7번홀까지도 4타차 리드였던 노먼은 여전히 여유가 있었다.

8번홀에서 노먼은 투온을 노리던 세컨드샷이 왼쪽 숲으로 흘러내리며
4온1퍼트로 힘겹게 파로 막았다.

팔도의 서드샷도 짧아 약 5m거리의 퍼팅을 남겨두고 있었다.

팔도의 그 버디 퍼팅이 안들어 갔으면 흐름에 큰 변동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팔도는 그 버디 퍼팅을 떨어뜨렸고 3타차가 된 노먼은 눈에
보이게 쫓기는 양상이 됐다.

그 직후 9번홀부터 12번홀까지 노먼은 "보기-보기-보기-더블보기"라는
주말골프식 스코어로 삽시간에 역전 당했다.

8번홀에서 팔도의 버디퍼팅은 최적의 순간에 노먼을 압박한 셈이었고
그 압박감에 따른 흐름의 반전은 11번홀 (파4)에서의 노먼 3퍼트로
상징된다.

11번홀에서 노먼은 3m 버디찬스가 오히려 3퍼트가 되며 보기를 한 것.

<>.골프의 속성은 프로 세계나 아마추어 세계나 항상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노먼의 최종일 78타 "대 참사"는 어쩌면 아마추어골퍼들에게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이번 매스터즈는 결국 "결정적 순간 퍼팅의 중요성"을 교훈으로 남기고
있다.

비슷한 플레이를 펼치다가도 누군가가 퍼팅하나를 성공시키면 흐름은
반전된다.

필드의 강자가 될 수 있는 첩경은 300m 드라이버샷이 아니라 3m를
넣는 퍼팅의 집중이라는 것.

퍼팅의 중요성은 그 홀의 스코어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데 있다.

300m 드라이버샷은 트리플보기로도 변할 수 있지만 원퍼트는 파를
버디로 보기를 파로 "확실히" 줄여 놓는다.

퍼팅은 또 골프의 상대성을 부풀린다.

당신이 4m를 넣으면 상대의 2m는 홀컵을 벗어나게 마련.

노먼 몰락을 계기로 한층 새로운 시각으로 퍼팅에 임해 보면 어떨까.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