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든 여자든 직장에서는 똑같은 일꾼이죠.

제가 부하직원을 평가할 때도 기준은 언제나 일 우선입니다"

선경건설 플랜트본부 프로세스팀의 김혜옥과장(31)은 "거친" 직종인
건설업에 몸담고 있는 엔지니어.

선경건설이 설립(77년)된지 19년만에 처음으로 탄생한 여성 과장이다.

그녀가 하는 일은 플랜트 부문의 공정을 설계하는 작업.

정유공장에 원유정제시설을 집어넣는 경우 공정도를 작성하고 장치의
크기와 수치 정밀도 등을 설계도와 맞추는 일이다.

나중엔 플랜트 설비의 운영과정까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때로는 거친 남자직원들에게 지시할때도 있고 현장밥도 먹어야 하는"
김과장 자신의 표현대로 "쉽지 않은" 직업이다.

그러나 김과장은 자신이 평범한 회사원임을 강조한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화젯거리가 되는 현실이 오히려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3명의 남자 팀원을 거느리고 있는 팀장이기도 한 김과장은 팀원 간에는
남자나 여자라는 의식보다는 동료라는 의식이 앞선다고 말한다.

따라서 팀원을 관리하는 것도 그다지 힘들지 않다.

그러나 전화를 받을때 자신이 분명 팀장임을 밝혔는데도 "남자 팀장
바꿔달라"고 한다거나 "책임자 바꿔달라"고 하는 말엔 어쩔수 없이 힘이
빠진다고.

김과장이 성공적인 회사원인 것은 분명하다.

동년배의 남자직원에 비해 훨씬 빨리 과장 진급한 걸 봐도 알수 있다.

한달에 한두번은 지방 출장을 다니고 보통 1주일 이상 걸리는 해외출장도
밥먹듯 한다.

남자동료나 후배들과의 술자리도 빠지지 않는다.

술을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술자리문화가 좋아서다.

"여자라고 해서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됩니다.

마찬가지 논리로 혜택을 바라서도 안되지요"

그녀가 술자리에서 강조하는 "남녀평등론"이다.

"여자라고 못할 일은 없습니다.

여성 스스로 "이런 일을 하면 여자답지 못하지"라고 옭아매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입사 10년차인 그녀가 여자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 김주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