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사는 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있다.

공격적인 기업매수합병(M&A)으로 사세를 확장하는 한솔 한보 신호 거평
신원 나산 등이 이들이다.

이들은 90년대들어 기업매수합병을 바탕으로 30대 재벌에도 진입하는 등
"재계의 풍운아"가 되고 있다.

떠오르는 별의 대표주자는 단연 한솔그룹.

한솔그룹은 지난 93년 삼성그룹에서 완전히 분리한뒤 여러 기업들을
사들여 덩치를 불려왔다.

지난해 그룹매출 2조60억원으로 순식간에 2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93년 분리당시 매출은 3,400억원이 2년만에 외형이 5배나 커진 셈이다.

이처럼 덩치를 부풀리는데 기여한 것은 단연 한솔의 끊임없는 기업매수
합병이다.

한솔은 94년부터 2년간 7개기업을 사들였다.

30대그룹으로 진입하면 계열사 출자 제한을 받기때문에 진입전에 원하는
분야의 기업을 모두 인수한 것이다.

동창제지 영우화학 코리아나건설 동해종금 광림전자 옥소리 한국마벨 등
제지 건설 금융 화학 정보통신분야의 기업을 골고루 사들여 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한보그룹도 기업매수합병을 바탕으로 재계순위를 끌어올린 대표적인 업체.

지난 93년 상아제약을 인수한 한보그룹은 지난해 유원건설을 사들여
자산규모를 5조1,470억원으로 늘렸다.

재계순위도 94년 18위에서 4계단이나 뛰어올라 14위가 됐다.

지난 3월에는 친인척명의로 중견해운업체인 세양선박을 인수, 해운업에도
손길을 뻗쳤다.

신호그룹 이순국 회장은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린다.

부실기업을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대표적인 인물로 통한다.

온양팔프 임원으로 재직하던 지난 77년 회사가 부실화되자 대주주로부터
인수, 경영을 정상화시켰다.

이후에도 이회장은 한국강관 신호유화 (주)신아 모나리자 도신산업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이들 기업은 이회장의 손에의해 "치료"를 잘 받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동양철관을 인수했다.

2001년에는 재계25위로 올라선다는게 이회장의 목표이다.

거평그룹은 자금조달을 잘하는 나승열 회장에의해 급부상하고 있다.

나그룹회장은 지난 91년 거평의 전신인 대동화학을 단돈 3억원에 인수해
오늘날의 거평그룹으로 발전시켰다.

거평은 94년부터 기업매수합병에 본격 뛰어들었다.

대한중석 라이프유통을 사들인데이어 지난해에는 필립스사로부터
한국시그네틱스를, 포항제철로부터 포스코켐과 정우석탄화학을 각각
인수했다.

올해는 강남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하기로 했다.

나회장은 건설회사 재직시 익힌 경리와 부동산에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자산가치가 높은 숨은 기업을 발굴,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밖에 올해 제일물산을 인수한 신원이나 한길종금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나산 등도 기업매수합병을 성장의 발판으로 활용한 90년대의
샛별들이다.

< 정태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