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고광철기자 ]

역내국가위주의 교역확대를 지향하는 이른바 지역주의와 범세계적인 교역
자유화를 추구하는 다자주의는 양립할수있는가.

양립할수 있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가.

24일부터 이틀간 싱가포르 샹그리리호텔에서 열린 세계무역에 관한 회의
(WTO)에서는 지역주의와 다자주의의 양립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예전부터 관심사였던 이 주제가 여전히 핫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다자주의가 지역주의의 번창으로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미국이 주도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유럽국가들로 구성된 유럽
연합(EU)등 지역주의가 세를 넓혀가면서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은 다자주의의 기반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이번
회의에서 또다시 표출된 것이다.

다자주의를 추구하는 세계무역기구(WTO)로선 지역주의의 심화가 그리
반가운 현상이 아니다.

지역주의가 역외국가들에 대한 차별대우라는 보호주의색채를 띠기 때문
이다.

루지에로 WTO총장은 이와관련, "국경없는 세계의 무역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의 연설을 통해 "개별국가들이 무역장벽을 없애면서 이를 지역협정으로
대체해선 안된다"며 "서로 다른 레일을 달리는 것같은 지역주의와 다자주의
는 반드시 한곳에서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재윤통상산업부장관, 펠리페람프레이어브라질외무장관, 로이맥라렌
캐나다수상특별보좌관등이 토론자로 참석한 "지역협정및 미래의 다자간무역
체제"라는 주제의 분과회의에서 지역주의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이 회의에서 토론자들은 지역주의를 다자주의의 규범에 맞는 체제로 발전
시키는 이른바 "개방적 지역주의(OPEN REGIONALISM)"를 추구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전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지역주의가 역내국가들의 이익증대라는 소아적
사고를 벗어나 세계 모든 국가들이 자유무역의 이득을 공유할수 있는 체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