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통신기기사업부(청주공장) 총무부에 근무하는 여사원 김모씨(26)는
최근 뜻밖의 전화 한통을 받고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전화를 건 이는 유성삼 대표이사 전무.

"동생과 자취를 하는 걸로 아는데 힘들지 않느냐"고 안부를 물은
유전무는 "현재 담당하고 있는 관세환급업무가 하반기부터는 L/C(신용장)
결제업무로 바뀐다"고 설명해주었다.

또 요즘 사내 어학과정은 잘 다니고 있는지, 후배여사원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등등 사소한 일상사에 대해 자상한 충고와 조언을
했다.

비단 김씨 뿐만이 아니다.

청주사업장에 근무하는 사원들은 이같은 전화를 가끔 받는다.

이른바 "로즈 콜(rose call)"을 "당한" 것이다.

전화를 받은 이들은 우선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인적사항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또 업무를 수행하면서 겪는 어려움이나 인간관계에서의 마찰 등
조직생활의 고충을 이해해 준다는 데 고마움을 느낀다.

"로즈 콜"이 기대하는 효과는 여기에 있다.

"부하직원과 전화로나마 직접 대화해보면 의외로 고충이 많다는 것을
알수 있다.

조직관리의 기본은 지속적인 관심이다"(유전무)라는 뜻이다.

전화를 받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내일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더구나 회사의 최고경영자일 경우엔 더욱 그렇다".

최근 전화를 받은 경리부 대리는 이렇게 "로즈 콜"의 경험을 털어놓는다.

그렇다면 유전무는 어떻게 직원 하나 하나의 사생활이나 고충을 손바닥
보듯이 꿰뚫고 있을까.

과.부장등 중간관리자들이 정보제공자다.

직원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미리 최고경영진에 제공해 "로즈 콜"의
기초자료로 삼도록 하는 것.

물론 누가 제공하는 지는 철저히 비밀이다.

"로즈 콜"의 반응이 좋자 LG전자는 전사적으로 이제도를 확산시켰다.

구자홍 LG전자사장이 각 지역사업장 임원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서퍼라이즈(surprise) 콜" 제도로 발전시킨 것.

유성삼전무도 어느날 "요즘 공이 잘 안 맞으신다면서요"라는
구자홍사장의 전화를 받을지 모른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