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논단] WTO체제 수용자세 돼있나..김세원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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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WTO(세계무역기구)관련 어느 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때마침 한국을 방문한 전 GATT 사무총장 A 둔켈 교수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과연 WTO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국제 분업체제 전개에 대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제 겨우 1년4개월로 접어드는 WTO의 그간 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업적보다는 오히려 WTO가 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으며 UR타결에 걸었던
기대를 위협하는 요소들도 적지 않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다.
우선 GATT체제의 보강을 내용으로 하는 WTO의 출범은 다변적 게임 규칙이
정착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주도 3극체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선진각국이 자의적으로 운영해 오던
각종 보호정책을 이제는 WTO 테두리안에서 토의하거나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게 됐다.
미국 및 EU가 GATT밖에서 멋대로 실시했던 농업정책, 섬유류 다자협정
(MFA), 각종 수출자율규제 등에 관한 합의 또는 분쟁해결절차의 강화는
그 좋은 선례이다.
그러나 게임 규칙을 지키려는 중요 선진제국의 주도적 노력, 선의의 의지,
그리고 그들간 협조체제의 유지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단지 한국과 같이 협상권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도 개방경제를 지향해야
하는 여건에서 선택은 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경제외교의 초점을 다변적 협조의 강화에 두어야 하고 일방적으로 당할 수
있는 피해 역시 WTO가 열어준 적절한 통로를 통해 해답의 실마리를 찾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다음 WTO체제의 설립이 무엇보다도 모든 국제거래의 자유화에 그 의미가
있다는 점은 두말 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UR결과의 실현과정에서 많은 함정이 있음은 물론 자유무역주의에
대한 환상도 금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 어느 선진국도 원론적인 자유주의의 실현을 낙관하지 않으며
서둘러 개방을 추진하지도 않고 있다.
이에 대비해 차분히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보호주의적 위협이 사라지지 않은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경우 슈퍼 301조,
그리고 EU의 경우 종전의 신무역정책수단을 한층 보강한 1994년의 "무역
장벽 수단"이다.
또 한국의 수출에 가장 큰 불안을 안겨주는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에
있어 국제협정의 체결은 아직도 표류상태에 있다.
관세의 인하와 병행해 보호정책이 더욱 간교해지고 있는데 더하여
다변주의와 지역주의간 갈등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아직껏 뚜렷한
정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변주의적 자유화는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고
거역할수 없는 추세이다.
UR의 경험에서도 알수 있듯이 도쿄라운드(1974-79)까지 제조업 부문에만
국한했던 인위적 장벽제거의 노력은-비록 앞으로 장기간 단계별로 추진될
예정이기는 하나 - 이제 농산물, 그리고 서비스부문, 즉 전 산업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과거와는 달리 "조건부적"인 자유화라는데 있다.
각국간 상이한 여건을 놓아둔채 국제거래를 자유화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그 전제로서 국제무역과 관련된 경제 각부문에 있어서 국제규범을
수립해야 한다는 이른바 "공정무역"의 논리가 확고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UR결과 지적소유권 보호나 덤핑및 보조금조치에 대한 규제를 취지로 하는
국제협정들이 이미 체결돼 있다.
WTO내에서 무역관련 환경정책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노동및 경쟁정책등 이제껏 경제주권으로만 여겨지던 관행, 정책및
제도에 있어서 "국제표준화" 작업이 시도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를 물론 국가간 경제적 상호의존의 심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로 받아들일수 있다.
반면 선진 제국이 이들을 보호주의적 수단으로 남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결코 떨쳐버릴 수는 없다.
선진국 중심의 운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GATT WTO체제 내에서
"공정"을 강조한 나머지 개도국에 그 비용을 전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WTO체제의 결함이나 취약점을 들추어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
시키고자 할 의도는 전혀 없다.
그보다는 대외적으로 자유주의와 다변주의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한국
경제의 입장에서 WTO를 제대로 활용해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적
조건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한마디로 경쟁력 강화를 포함하는 산업구조의 조정, 그리고 관행-법-제도의
재정비가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제껏 경제정책의 운영은 다분히 외부의 주어진 압력에
의하여 크게 영향을 받아왔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대내외적 여건변화와 사회적 합의에 기초하여 한국경제의 장기발전 방향을
분명히 하고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단계별로 실현해 나가는 슬기가 절실히
요구된다.
WTO체제가 시사하는 산업구조의 조정이나 법-제도의 확립도 이러한 테두리
나 과정의 일환으로서 그 대안을 모색할수 있다고 믿는다.
끝으로 정계개편이나 대선과 같은 정치일정에 휘말려 경제개혁의 일정이
무산되거나 뒷전으로 밀리지 않기를 바란다.
"경제의 정치화"로 또다시 시행착오를 거듭하기에는 한국경제가 너무나
중요한 전환기에 와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9일자).
때마침 한국을 방문한 전 GATT 사무총장 A 둔켈 교수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과연 WTO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국제 분업체제 전개에 대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제 겨우 1년4개월로 접어드는 WTO의 그간 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업적보다는 오히려 WTO가 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으며 UR타결에 걸었던
기대를 위협하는 요소들도 적지 않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다.
우선 GATT체제의 보강을 내용으로 하는 WTO의 출범은 다변적 게임 규칙이
정착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주도 3극체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선진각국이 자의적으로 운영해 오던
각종 보호정책을 이제는 WTO 테두리안에서 토의하거나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게 됐다.
미국 및 EU가 GATT밖에서 멋대로 실시했던 농업정책, 섬유류 다자협정
(MFA), 각종 수출자율규제 등에 관한 합의 또는 분쟁해결절차의 강화는
그 좋은 선례이다.
그러나 게임 규칙을 지키려는 중요 선진제국의 주도적 노력, 선의의 의지,
그리고 그들간 협조체제의 유지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단지 한국과 같이 협상권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도 개방경제를 지향해야
하는 여건에서 선택은 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경제외교의 초점을 다변적 협조의 강화에 두어야 하고 일방적으로 당할 수
있는 피해 역시 WTO가 열어준 적절한 통로를 통해 해답의 실마리를 찾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다음 WTO체제의 설립이 무엇보다도 모든 국제거래의 자유화에 그 의미가
있다는 점은 두말 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UR결과의 실현과정에서 많은 함정이 있음은 물론 자유무역주의에
대한 환상도 금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 어느 선진국도 원론적인 자유주의의 실현을 낙관하지 않으며
서둘러 개방을 추진하지도 않고 있다.
이에 대비해 차분히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보호주의적 위협이 사라지지 않은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경우 슈퍼 301조,
그리고 EU의 경우 종전의 신무역정책수단을 한층 보강한 1994년의 "무역
장벽 수단"이다.
또 한국의 수출에 가장 큰 불안을 안겨주는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에
있어 국제협정의 체결은 아직도 표류상태에 있다.
관세의 인하와 병행해 보호정책이 더욱 간교해지고 있는데 더하여
다변주의와 지역주의간 갈등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아직껏 뚜렷한
정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변주의적 자유화는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고
거역할수 없는 추세이다.
UR의 경험에서도 알수 있듯이 도쿄라운드(1974-79)까지 제조업 부문에만
국한했던 인위적 장벽제거의 노력은-비록 앞으로 장기간 단계별로 추진될
예정이기는 하나 - 이제 농산물, 그리고 서비스부문, 즉 전 산업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과거와는 달리 "조건부적"인 자유화라는데 있다.
각국간 상이한 여건을 놓아둔채 국제거래를 자유화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그 전제로서 국제무역과 관련된 경제 각부문에 있어서 국제규범을
수립해야 한다는 이른바 "공정무역"의 논리가 확고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UR결과 지적소유권 보호나 덤핑및 보조금조치에 대한 규제를 취지로 하는
국제협정들이 이미 체결돼 있다.
WTO내에서 무역관련 환경정책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노동및 경쟁정책등 이제껏 경제주권으로만 여겨지던 관행, 정책및
제도에 있어서 "국제표준화" 작업이 시도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를 물론 국가간 경제적 상호의존의 심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로 받아들일수 있다.
반면 선진 제국이 이들을 보호주의적 수단으로 남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결코 떨쳐버릴 수는 없다.
선진국 중심의 운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GATT WTO체제 내에서
"공정"을 강조한 나머지 개도국에 그 비용을 전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WTO체제의 결함이나 취약점을 들추어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
시키고자 할 의도는 전혀 없다.
그보다는 대외적으로 자유주의와 다변주의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한국
경제의 입장에서 WTO를 제대로 활용해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적
조건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한마디로 경쟁력 강화를 포함하는 산업구조의 조정, 그리고 관행-법-제도의
재정비가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제껏 경제정책의 운영은 다분히 외부의 주어진 압력에
의하여 크게 영향을 받아왔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대내외적 여건변화와 사회적 합의에 기초하여 한국경제의 장기발전 방향을
분명히 하고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단계별로 실현해 나가는 슬기가 절실히
요구된다.
WTO체제가 시사하는 산업구조의 조정이나 법-제도의 확립도 이러한 테두리
나 과정의 일환으로서 그 대안을 모색할수 있다고 믿는다.
끝으로 정계개편이나 대선과 같은 정치일정에 휘말려 경제개혁의 일정이
무산되거나 뒷전으로 밀리지 않기를 바란다.
"경제의 정치화"로 또다시 시행착오를 거듭하기에는 한국경제가 너무나
중요한 전환기에 와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