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배속이냐, DVD냐"

내년 멀티미디어정보 재생장치의 향방을 놓고 이분야 선두주자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엇갈린 길을 가고 있어 컴퓨터업계의 관심을 끌고있다.

LG전자는 기존 CD롬드라이브 속도경쟁을 계속 끌고나가 12배속짜리를
준비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새로운 제품인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롬
드라이브로 옮겨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6배속짜리가 선보인지 채 두달이 지나지 않아 8배속이 등장하는
등 극심한 "라이프사이클 파괴"현상을 겪고 있는 CD롬 드라이브 업계가
앞으로 더큰 변화를 맞게 될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멀티미디어정보 재생장치전략에 대해 "12배속 CD롬 드라이브를
오는 7월께 개발, 올해말에 시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와관련, DVD롬 드라이브가 가격면에서 CD롬 드라이브에 비해
2배이상 비싸고 전용 타이틀도 적어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측은 "CD롬 드라이브와 DVD롬 드라이브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8배속 이후의 CD롬 드라이브 개발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DVD플레이어를 개발한 삼성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DVD개발에
집중해 이 분야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CD롬 드라이브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LG전자가 지난 1월중순 국내 처음으로 6배속 CD롬을 시판하자 삼성이
곧바로 6배속을 내놓으면서 양사간의 본격적인 CD롬 드라이브 속도경쟁이
시작됐다.

8배속에서는 LG와 삼성이 지난3월 동시에 선보였다.

이와 같은 CD롬 드라이브를 둘러싼 양사간의 경쟁은 DVD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DVD는 영상분야에서 "DVD플레이어"로 VTR를 대체하고 PC의 보조기억장치
에서는 "DVD롬"으로 CD롬을 밀어낼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저장매체이다.

DVD롬은 CD롬에 비해 최고 12배의 저장능력과 6배 이상의 속도를 가진다.

지난해 12월 소니-필립스 진영과 도시바진영은 그간의 DVD규격 논쟁을
끝내고 DVD 영상및 DVD롬의 통합규격을 확정했다.

또 최근 기존의 CD롬 타이틀을 재생할 수있는 DVD롬 드라이브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DVD롬 드라이브 개발이 본격화됐다.

세계 CD롬 드라이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파이오니아사가
오는 10월 10배속을 시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은 이미 12배속CD롬 드라이브의 주요 부품을 개발해놓고 DVD롬
드라이브 시장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한편 12배속 CD롬 드라이브개발에는 시스템 불안과 진동문제 등 해결
해야할 기술적 과제들이 남아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DVD롬이 개발되면 고급기종 PC에는 DVD롬 드라이브가,
보급형에는 고속CD롬 드라이브가 각각 장착될 것"이라며 "98년께는 DVD롬
드라이브가 전체시장의 20%정도를 차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DVD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서는 것은 2000년 이후로 전망되고
있다.

<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