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내세우는 것중 하나는 재료.소재부문의
"연구탁월성"이다.

이 부문만큼은 어떤 연구소와도 비교할수 없는 우수한 인력과 탄탄한
연구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고분자기능재료연구팀은 그중 첫손가락에 꼽힌다.

이 팀의 주력연구과제는 전기전도성 고분자소재 개발이다.

플라스틱과 같이 전기가 통하지 않는 고분자물질의 분자구조를 조작,
구리선처럼 전기가 통하는 전혀 새로운 재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전기전도성 고분자소재는 쓰임새가 광범위하다.

배터리 전극이나 각종 차세대센서의 재료로는 물론 전자파차폐용 재료,
스텔스기에 필요한 전파흡수재료로까지 활용할수 있다.

반도체 물질의 기능도 갖고 있어 트랜지스터, 태양전지, 그리고 전기를
흘려주면 각종 색의 빛이 나오는 발광소자 등 미래 정보전자부품 개발을
위한 핵심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김정엽 박사를 정점으로한 이 팀은 특히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전극재료와
액정표시소자의 뒤를 이을 발광소자 개발에 막바지 힘을 쏟아붓고 있다.

김박사는 "미국 일본 핀란드등 선발국과 비교해 어깨를 견줄만한 연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제는 확률싸움만을 남겨놓고 있다"고 강조
했다.

연구수준이 엇비슷한 상황에서 누가 먼저 한발 앞선 기술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경제성과 성능이 우수한 소재를 개발해내는 돌파구를 찾느냐의
경쟁이라는 것이다.

예를들어 진공상태의 높은 온도에서 오랜시간 걸려야하는 가공공정의
단축 여부가 21세기 시장석권의 관건이란 의미이다.

김박사는 이 돌파구를 먼저 찾기 위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한
지원확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근 3~4년간 팀원 20여명정도가 보다 나은 조건의 대학을 찾아 떠났던
것과 같이 연구의 지속성이 흔들려서는 이 싸움에서 이길수 없다는 것이다.

김박사는 "기초부문은 한눈팔거나 연구흐름이 단절되어서는 금세 표가
난다"며 "안정적으로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조성이 무엇보다
우선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재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