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400) 제10부 정염과 질투의 계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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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아라고 큰어머님을 시중들던 시녀예요.
십년이나 시중을 들었다고 하던데"
가환이 그렇게 말하면서 가정의 표정을 슬쩍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가정의 얼굴에 침통한 기색이 잔뜩 배어들었다.
"우리집 시녀가 우물에 빠져 죽다니. 이런 일은 우리집에서 조상
대대로 한번도 없던 일이야.
내가 집안 일을 좀 등한히 했더니만 이런 해괴한 일이 생기는군.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그 금천아인가 은천아인가 하는 시녀가 우물에
빠져 죽었다더냐?"
당장 그 까닭을 말하지 않으면 혼쭐이라도 낼 것처럼 가정이 가환을
노려보며 물었다.
"아버님, 이 일은 큰어머님하고 몇 분만 아는 일인데 어머님이
그러시기를 저...."
가환은 일부러 말을 머뭇거리는 척했다.
"무슨 일인데 그러느냐?"
가정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저어, 보옥 형님이 큰어머님 방에서 금천아를 어떻게 하려다가 말을
듣지 않으니까 마구 때렸답니다"
"어떻게 하려고 했다니? 무얼 말이냐? 세세히 이야기하라"
"그러니까 가아가아"
"가아가아가 어쨌다는 거냐? 답답한지고"
"가앙간, 강간을 하려고 하다가 그랬답니다"
"뭐가 어쩌고 어째? 제 어미 방에서 시녀를 덮쳐? 그래 그 시녀가
두들겨 맞고 억울하고 분해서 우물에 자기 몸을 던졌구나.
이런 변괴가 우리 집안에 벌어지다니. 보옥이 이놈을 내 살려두나 보라"
가정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해지더니 아예 하얘졌다.
가정은 집으로 들어가더니 하인들을 불러 보옥을 당장 잡아오도록
하였다.
하인들이 이홍원으로 몰려오자 보옥은 금천아의 일이 아버지 귀에까지
들어간 것을 눈치 채고 이제 죽었구나 싶었다.
보옥은 습인이나 다른 시녀들에게 말을 남길 겨를도 없이 하인들에게
끌려 가정 앞으로 나아갔다.
가정이 보옥을 보자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이 소리를 쳤다.
"저놈을 당장 밧줄에 묶어 곤장으로 매우 쳐라!"
하인들이 서슬 퍼런 가정의 명령에 허겁지겁 보옥을 밧줄에 묶어 걸상에
엎어놓고는 곤장을 들어 엉덩이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보옥은 금천아의 일로 아버지가 이런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초지종도 캐묻지 않고 다짜고짜로 곤장부터 때리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30일자).
십년이나 시중을 들었다고 하던데"
가환이 그렇게 말하면서 가정의 표정을 슬쩍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가정의 얼굴에 침통한 기색이 잔뜩 배어들었다.
"우리집 시녀가 우물에 빠져 죽다니. 이런 일은 우리집에서 조상
대대로 한번도 없던 일이야.
내가 집안 일을 좀 등한히 했더니만 이런 해괴한 일이 생기는군.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그 금천아인가 은천아인가 하는 시녀가 우물에
빠져 죽었다더냐?"
당장 그 까닭을 말하지 않으면 혼쭐이라도 낼 것처럼 가정이 가환을
노려보며 물었다.
"아버님, 이 일은 큰어머님하고 몇 분만 아는 일인데 어머님이
그러시기를 저...."
가환은 일부러 말을 머뭇거리는 척했다.
"무슨 일인데 그러느냐?"
가정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저어, 보옥 형님이 큰어머님 방에서 금천아를 어떻게 하려다가 말을
듣지 않으니까 마구 때렸답니다"
"어떻게 하려고 했다니? 무얼 말이냐? 세세히 이야기하라"
"그러니까 가아가아"
"가아가아가 어쨌다는 거냐? 답답한지고"
"가앙간, 강간을 하려고 하다가 그랬답니다"
"뭐가 어쩌고 어째? 제 어미 방에서 시녀를 덮쳐? 그래 그 시녀가
두들겨 맞고 억울하고 분해서 우물에 자기 몸을 던졌구나.
이런 변괴가 우리 집안에 벌어지다니. 보옥이 이놈을 내 살려두나 보라"
가정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해지더니 아예 하얘졌다.
가정은 집으로 들어가더니 하인들을 불러 보옥을 당장 잡아오도록
하였다.
하인들이 이홍원으로 몰려오자 보옥은 금천아의 일이 아버지 귀에까지
들어간 것을 눈치 채고 이제 죽었구나 싶었다.
보옥은 습인이나 다른 시녀들에게 말을 남길 겨를도 없이 하인들에게
끌려 가정 앞으로 나아갔다.
가정이 보옥을 보자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이 소리를 쳤다.
"저놈을 당장 밧줄에 묶어 곤장으로 매우 쳐라!"
하인들이 서슬 퍼런 가정의 명령에 허겁지겁 보옥을 밧줄에 묶어 걸상에
엎어놓고는 곤장을 들어 엉덩이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보옥은 금천아의 일로 아버지가 이런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초지종도 캐묻지 않고 다짜고짜로 곤장부터 때리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