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고희를 맞은 강진구 삼성전자회장이 30일 지난 20여년간 최고
경영자로 겪은 체험과 경영인으로서의 철학, 사업사례 등을 엮은 회고록
"삼성전자,신화와 그 비결"(고려원 간)을 펴냈다.

총 3백50쪽으로 구성된 이 회고록에는 <>동양방송 설립 <>컬러TV를
개발하기까지의 노력 <>고 이병철 삼성회장의 "도쿄 구상" 등 한국의
전자산업과 그 이면에 얽힌 비화가 풍부한 사례와 함께 실려있다.

강회장은 미군포병부대 통신장교로 근무하면서 통신기기와 친숙해졌던
일, 첫번째 직장이 방송국이었던 경험등을 되돌아볼 때 자신의 인생은
"전자 인생"이었다고 술회했다.

강회장은 또 회고록에서 60년대 초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과의
친분관계로 방송국 설립을 허가받은 이모 대령이 자금사정으로 허가권을
양도하기까지의 사연과 컬러TV 방송을 해야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시했으나 박대통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던 경험, 그 와중에서
모 기관의 협박성 전화를 받았던 일화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고 이병철회장은 언제나 일본 도쿄에서 새로운 사업구상을 했고
이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비서실에 작성해 주었다는 "비서실
리스트" 등의 일화도 생생히 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회고록이 지난 94년 초 이건희 현 삼성그룹회장이
강진구회장에게 "오랜 경험과 경영철학 등을 책으로 펴내 후진들에게
전해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호텔신라에서 열린 강진구회장의 고희연을 겸한 출판기념회에는
이수성 국무총리를 비롯, 김광호 삼성전자부회장 등 정.재계 인사 5백여명이
참석했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