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얼어붙었던 남북경제협력이 갑자기 활기를 띄고 있다.

통일원은 북한투자승인 신청을 해온 10여개 기업중에서 삼성전자 (주)태창
대우전자 3개사를 지난달 27일 남북경제협력 사업자로 추가 승인했다.

또한 일부 대기업총수들이 잇따라 북한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경협이 이처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기는 지난 94년초 북한핵문제가
걸림돌로 떠오른뒤 2년반만에 처음이며 앞으로 우리정부와 기업의 자세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먼저 남북경협은 남북한간의 정치.군사적 대립과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든지 외부적인 요인때문에 지면 정체될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차분하고 내실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남북한 서로의 필요에 의해 시범적으로 추진되는 경헙사업이외에
일부 대기업총수들의 북한방문추진은 자칫하면 전시효과만을 노린 과열경쟁
으로 번지기 쉬움으로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북한당국이 우리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한채 미국및 일본과의 관계개선
추진을 가속화하고 있어 잘못하면 북한진출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는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또한 북한이 한미 두나라가 제안한 4자회담에 대한 반응을 유보한 가운데
남북비밀접촉설까지 떠돌아 남북한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본격적인 남북경협을 위해 필요한 "투자보장협정"및
"신변보장각서"의 체결에 냉담한 지금으로서는 경협확대에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

이같은 사정은 지금까지 10여개 기업들이 "사업자승인"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품목을 정해 북한측과 협의를 끝내고 우리정부에 "사업승인"을
신청한 기업은 대우 하나뿐이라는 사실로 뒷받침된다.

남북경협과 관련해 또한가지 강조할점은 구체적이고 일관된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사업자승인이 난 3건의 투자규모가 모두 투자상한선인
500만달러를 초과하고 있으며 사업성격도 남북한 당국간 대화가 전제조건이
통신사업등 고도의 경협사업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그렇다고 앞으로는 투자상한선이나 고도의 경협사업에 대한 전제조건이
문제가 안된다는 표시도 아직까지는 없다.

따라서 지켜지도 않을 기준이나 전제조건을 왜 내세웠는지 묻지 않을수
없다.

또한 이번에 투자신청을 한 10여개 기업들중 삼성전자 등 3개사만 승인을
받게된 기준도 분명하지 않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이번 경협승인을 보는 시각이 엇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한쪽에서는 남북관계에서 북한쪽의 양보를 받아낼수 있는 유력한 카드를
너무 빨리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보며 나아가 정경분리원칙까지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남북경협의 특성상 정경분리를 주장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보지마 그렇다고 경협문제를 노골적으로 남북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남북경협은 서로의 필요에 따라 꾸준히 내실있게 추진하는 것이 좋으며
불필요한 기준이나 전제조건은 없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