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사 : 한경 서평위원회
*** 저 자 : 더글러스 노스
*** 역 자 : 이병기
*** 출판사 : 한국경제연구원

최근들어 국내에서도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들 사이에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제 제도연구는 적어도 경제학내에서는 새로운 연구영역의
하나로 확고히 자리잡은 듯하다.

제도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떻게 생성되고 변화하는가, 또 제도는 경제적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행하는가 등은 제도경제학이 그 해답을 얻고자 하는
연구과제들이다.

그러나 제도경제학은 아직 이러한 물음에 대해 만족스러운 해답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신고전파 제도이론, 진화론적 접근, 게임이론적 접근, 거래비용적 접근
등의 다양한 접근방법과 가설적 이론들이 경쟁적으로 존재하면서 통일된
이론들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인 것이다.

더글러스 노스의 제도이론은 이중 한 접근방식이다.

노스는 역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도를 만나게 된다.

그는 이른바 신경제사학을 대표하는 학자중 한 사람이다.
(다른 한사람은 그와 함께 1933년 노벨상을 수상한 로버트 포겔이다)

신경제사학파는 신고전파 가격이론 체계와 계량적 방법을 명시적으로
도입하여 논리적으로 일관된 역사해석을 시도함으로써 기존 역사학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준 학파였다.

그러나 신고전파 체계는 "한 시점에서의 자원배분을 다루고 있는데,
이것은 시간에 걸친 변화를 설명하는 것이 중심과제인 역사가에게는
치명적으로 한계를 안겨주는"(209쪽)것이었다.

이에 노스는 신고전파적 이론공간인 시장은 제도적 기반위에 서 있으며,
또 이 기반의 형성과 변화가 경제의 역사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라고 보아
제도연구를 경제사학과 접목시킨다.

노스의 20년넘는 제도연구 성과중 이론적 측면은 이 서평의 대상인
"제도, 제도변화, 경제적 성과"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게임이론과 거래비용적 접근의 연구성과에 힘입어 제도에
대한 체계적 이론을 도모하고 있다.

제도는 인간 상호간의 협력을 가능케 하는 일종의 게임 규칙과 같은
것인데, 이 제도적 구조물 속에서 경제행위의 인센티브가 형성되는 것이며
인센티브는 한 경제의 경제적 성과를 좌우하는 열쇠인 것이다.

제도의 형성과 변화는 기본적으로 복합적이다.

정치조직과 이데올로기, 가치, 지적 전통 등의 제도적 기반형성에 개입될
뿐아니라 상대가격과 거래비용이라는 경제적 요소 역시 제도변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환과 시장에 대한 근대 서구문명의 경제적 성과는 신고전파가
보듯이 제도적 진공상태에서 작동하는 시장적 자원배분의 최적 효율성의
결과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을 떠받치는 제도적 기반의 적응적 효율성의
결과인 것이다.

반면 사회주의나 저발전국의 경제적 성과는 제대로 된 경제행위의
인센티브를 허용하지 못하는 제도적 기반 탓으로 볼수 있는 것이다.

노스의 제도이론은 이론 자체만으로는 아직 기존의 연구성과를 종합적으로
체계화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제도와 경제적 성과를 연결시키고 있고, 또 제도적
기반형성과 변화의 필요조건으로 정치적 틀과 국가를 도입함으로써 정치와
경제를 통합적으로 파악할수 있는 이론적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연구를 심층화시키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병기박사의 번역은 노스의 학문적 높이에 걸맞게 차분하고도 세심한만큼
관심있는 이들의 일독을 권할 만하다.

김균 < 고려대교수/경제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