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현재 치열하게 전개되는 국경없는 경제전쟁속에서 과연
공존할 수 있는가.

21세기 국가의 장래가 이 게임의 승패에 달려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세계 각국, 특히 미국과 유럽의 위기감이 과대 포장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스탠퍼드대 폴 크루그만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 "Pop Internationalism"
(MIT Press 간 22.70달러)을 통해 현재의 세계무역전쟁이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엇갈리는 적자생존게임이라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면에서
반박하고 나섰다.

크루그만교수는 특히 미MIT대 레스터 서로교수의 저서 "Head To Head"에서
견지되는 "사활이 걸린 경쟁논리"를 통박함으로써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는 한때 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것을 두려워하던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이제 중국과 같은 저임금 동아시아 국가와 경쟁하는 것을
무서워하는 상황이지만 이는 가장 기초적인 경제이론을 간과한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국제교역은 결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게임에 임하는 당사자들이 모두
승자가 되는 윈윈(Win-Win) 게임일 수 있으며, 또 국제수지 흑자를 기록한
국가의 임금이 상승하는 방식을 통해 무역적자 역시 스스로 교정되는 기능을
갖는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값싼 수입품이 노동자의 구매력 향상에 기여, 실질적인 측면에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유무역 신봉자인 저자는 이에 따라 개발도상국으로부터의 상품유입을
막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택해서는 안되며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또 아시안의 경제성장은 경제 효율성의 증대에서 비롯된 것이라기
보다는 노동력, 저축및 투자, 교육등의 투입요소의 증가에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책의 출간과 동시에 미국에서는 저자의 낙관적인 견해와
동아시아 경제에 대한 과소평가에 대한 각계의 비판이 적지 않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