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들이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다.

기술개발역사, 제품의 성공과 실패과정등 과거의 경험과 교훈들에 대한
망각이 기억상실증의 증상이다.

"기업 알츠하이머병"에 감염된 기업들은 순익감소와 생산성하락을 겪고
있다.

창의력도 약해지고 제품개선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한다.

기업의 기억상실증은 90년대 풍속도인 리스트럭처링 리엔지니어링
다운사이징의 후유증이다.

이 경영혁신책들은 모두 감량경영을 기초로 하고 있다.

감량경영에 따른 인원감축으로 경력직원들이 사라지자 온고지신의 미덕을
잃어 버렸다.

이에따라 많은 업체들이 경영곤란에 빠져 있다.

포드자동차는 기억상실증으로 곤경에 처해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10여년간 베스트셀러카 자리를 지켜온 토러스승용차를 새로 단장, 최근
시장에 내놓았지만 판매가 영 신통치 않다.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토러스모델의 개발과 생산에 참여한 직원중 대부분이 해고당해 없는
탓이다.

오랜동안의 실무경험과 눈에 보이지 않는 노하우를 축적, 토러스모델이
어떻게 바뀌어야 소비자들을 만족시킬수 있는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없기에
소비자마음에 드는 신모델을 내놓지 못했다.

IBM 사정도 비슷하다.

기대를 걸었던 PC사업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80년대에 IBM의 PC사업을 일으켰던 고참 종업원들이 해고돼 제품개발과
개선역사를 아는 직원이 회사에서 사라진게 요인중 하나다.

경력자진공상황은 품질개선부진과 창조성 약화를 가져 왔고 최종결과는
PC사업부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IBM은 최근 2-3년간 수만명을 해고했다.

대상자는 주로 중간관리자급이었다.

델타항공 역시 기억상실증으로 허우적대고 있는 기업이다.

한때 탑승객에게 가장 편리한 운항스케줄과 우수한 서비스로 정평났던
항공사였다.

하지만 경영혁신의 미명하에 전체 직원중 약 17%(1만2천명)가 해고된후
서비스부족과 불편한 운행스케줄로 탑승선호도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데 필요한 과거의 경험과 기억이 해고된 고참직원들과
함께 사라진게 주된 이유다.

고참직원의 대량해고로 인한 기업의 기억상실증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한 조사결과에서 확인되고 있다.

최근 미경영자협회(AMA)는 90년이후 종업원감축을 단행한 기업들의 경영
상태를 조사했다.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인원감축후 순익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이 떨어진 기업들은 더 많다는 것도 조사결과였다.

기업들이 옛날의 경험과 비젼 문화등 무형의 자산을 잃어버린게 요인으로
분석됐다.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간직한 중간관리직원들이 대거 해고됨으로써 이런
자산이 상실된 것이다.

90년대들어 해고된 중간관리자들은 전체 해고인원의 17%에 이른다.

미근로자중 중간관리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8%이다.

그만큼 중간관리층의 해고자가 다른 직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기억상실증의 폐해가 크자 대응책도 모색되고 있다.

기술개발과정과 역사 제품개선추이를 컴퓨터망에 모두 입력해 놓으려는
것이 그중 하나다.

관리자동화라는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는 개인 각자가 이런 것을 습득, 혼자만 알고있는 경우가 많았다.

해고한 직원을 다시 계약사원이나 컨설턴트로 채용하고 퇴직사원들과
수시로 접촉, 그들의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경험자들이 회사를 떠나고 없기에 미기업들의 기억
상실증은 꽤 오래 갈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