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제일은행장이 전격 구속되자 금융계는 사태 전개방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경원은 "단순히 제일은행의 사건일뿐 금융권 전체에 대한 사정은
아니다"라고 강조하지만 금융계는 긴장을 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철수 제일은행장 구속 소식이 전해진 1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에 참석중인 국내 금융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충격을 감추지 못한채
허탈한 표정들.

특히 일부 금융계 인사들은 "총선이 끝나면 다시 한번 강한 사정 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었다"고 전하고 "이행장 구속이 사정의
신호탄이 아니냐"고 바짝 긴장하는 모습.

한 금융계 인사는 "이행장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은 진작부터
국내 금융계에 조금씩 퍼지고 있었으나 구속까지 갈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
두 세명이 더 조치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어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국내
금융계 인사들의 관심이 온통 서울로 집중돼 있다"고 전언.

한 시중은행장은 "현직 은행장이 구속까지 된 것은 너무 충격적이며 같은
금융인으로 면목이 없다"며 착잡한 심경을 내비치고 "최근 나돌고 있는
금융계 사정설과 관련된게 아니냐"고 묻기도.

< 마닐라=김성택기자 >

<>.이철수행장은 당초 필리핀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사정당국에서 참석지 말도록 종용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이행장이 단순히 우성건설의 제3자인수를 매듭짓기
위해 ADB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사정당국에서 이미 상당한
자료를 확보한뒤 이행장에게 국내에 머물 것을 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언.

은행감독원 관계자도 "이행장에 대한 내사가 지난2월 종결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고 밝혀 속전속결식 이행장
구속의 배경을 암시.

금융계에서는 이를 두고 사정당국이 은행장등 금융기관 임원들에 대한
비리자료를 상당수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

그러나 재정경제원 고유 관계자는 "사전인지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

<>.청와대 사정담당 고위관계자는 1일 이철수 제일은행장 구속과 관련,
"금융계를 대상으로 한 표적사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관계자는 "이행장구속은 효산그룹에 대한 부정대출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단발성사건"이라며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금융계 전반에 대한
기획사정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기관에 대한 투서 등이 사정기관에 접수됐을 경우 타당성
이 있는 사안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검찰의 일상적 업무"라고 지적
하고 "그러나 현재 금융계 전체를 대상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