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너스 다이제스트에서 "복지제도 개혁으로 선진국병 극복한 뉴질랜드"
라는 글을 접하게 됐다.

20세기초에 뉴질랜드는 유럽 어느나라보다도 수십년 앞서 각종 복지정책을
시행해 당시 영국 프랑스 정치가들마저 중기선을 타고 8주일이나 걸려
견학을 올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80년에는 과도한 복지지출로 나라가 빚에 몰리게 되고 세율은 66%로
오르고 인플레까지 겹쳐 국가재정이 마비상태에 이르게 됐다.

이후 80년대 중반에 집권한 노동당이 농민 노동조합 국영기업등 이익집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각종 복지혜택을 철폐하기 시작했고 그뒤에도 국민당의
꾸준한 개혁으로 오늘날에는 선진국병을 완전히 치료하고 경제성장률이
6.2%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개혁과정에서 각계 각층의 반발이 격렬했으나 결국 뉴질랜드 국민은
나라으리 참다운 부가 기름진 들판이나 수산물이 풍부한 바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백에 찬 국민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반가운 글을 접하면서 필자는 혹시 우리나라도 초기 선진국병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진국병이 별건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가는데도 사회 전체가
호의호식하다가 이윽고 수십년쯤 지나면 그 댓가를 톡톡히 치루어야 하는
소위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에 담겨진 과정이 아니겠는가?

최근에는 우리나라가 생산설비도 훌륭하고 사회 시스템도 좋아져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온 사회가 총동원되어 일하던 60년대,
70년대에 비할때 무엇인가 핵심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떨칠수
없다.

그야말로 통행금지 시간에 쫓기가며 학업에 열중하던 60년대, 입찰이다
네고다 하면서 야근을 밥먹듯 하고 자그마한 신용장 하나에 온 청춘을 걸고
뛰던 젊은이들이 넘쳤던 70년대.

김치찌게로 회식을 해도 온 부서가 사기가 넘쳐났던 그때의 활력이 이제
국민소득 만달러 문턱을 넘어서는 우리 사회에서는 더 이상 쓸데 없는
필자만의 촌스러운 추억거리일 뿐일까.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