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는 대체로 복수노조가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하는 현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복수노조는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 문제가 존재하기도 하고 상급
단체의 복수노조 문제가 존재하기도 한다.

따라서 두가지 경우 상이한 효과를 수반하기도 하지만 어떻든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 조직간 선의의 경쟁보다는 노조간의 갈등
이나 선명성 경쟁등으로 과격한 노동운동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특정한 노조가 전체를 대표하여 협약을 체결하였을 때 과연 경쟁
갈등관계에 있는 다른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의 결과를 수용할 것인지, 그리고
만약 수용하지 않는 경우에 재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인지, 교섭결과에
따른 조직간의 갈등이 쉽게 수습될 수 있는 것인지 하는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상급단체만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 단위사업장 노조를 자기 관할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나타나게 되면 사업장의 노사관계는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상급단체가 난립하게 되면 그간 쌓아올린 노사간의 경험과 관행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고 전국수준의 중앙조직간의 대립으로 정책입안도
어려워진다.

자칫 목소리가 큰 조직이 근로자를 위한 조직이라는 식으로 비추어지면
합리적 교섭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특히 87년이후 제대로된 노사교섭의 경험이 일천한 우리의 현실에서 교섭
구조를 재편하도록 만드는 복수노조의 인정문제는 단체교섭절차와 방식 및
협약적용등에 관한 연구와 경험의 부족으로 혼란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영계는 이같은 불편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미 연맹수준의 복수노조가
사실상 존재하고 있고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복수노조의 인정으로 인해
추가적 혼란의 요인은 없다는 세간의 이야기에도 충분히 주목하고 있다.

다만 산업현장은 실험무대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하고 많은
확증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어차피 노동운동은 복수노조로 출발해도 단일 노조화되는 것이 많은 국가의
경험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ILO나 OECD에서 우리나라의 노동기본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정부가
국제적 압력을 피하기 위해 노사관계 개혁을 추진한다는 오해도 있다.

경영계는 현재의 진행되고 있는 신 노사관계의 구상은 특정한 법조항의
개정과 관계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며 더군다나 외국의 압력에 대한 돌파구는
더더욱 아니라고 본다.

OECD는 산하 가입국들이 단결자유와 관련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제스춰 이상의 조치를 한국에 대해 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인식
하고 있다.

ILO의 경우에도 비준되지 않은 협약의 내용을 문제삼는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복수노조문제는 노동계의 허용주장이 지난 수년간 계속되어 왔기
때문에 또 그것을 불허한 것이 노사관계 안정에 도움이 안된다는 주장이
종종 있어 왔기 때문에 경영계는 금번 노사관계 개혁 위원회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경영계는 이 문제를 심히 우려하고 보다 신중히 취급되기를
바라며 논의의 과정에서 노동계의 복수노조 허용주장이 단순한 사변에
그치지 아니하고 노사관계 안정과 협력적 노사관계의 정립에 긍정적이라는
확증을 발견하기를 오리려 기대하고 싶은 기분이다.

이용환 < 전경련 이사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