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일터로] (9) 제2부 : 선진현장에서 배운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4월10일 스웨덴 노동법원 건물앞,날씨가 제법 쌀쌀했는데도
법원주변은 북적거렸다.
유럽여성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 사건의 판결을 기다리는 취재진이었다.
사건은 스톡홀름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산부인과 여자간호사가 동료
남자엔지니어직원보다 임금이 적다는 이유로 이를 "평등기회 옴부즈맨"에게
신고한데서 비롯됐다.
이 여성간호원의 월급은 1만5,000크로나(약 170만원).
남자직원이 받는 1만9,600크로나보다 무려 4,600크로나(약 55만원)가
적었다.
여성의 불평등대우사례만을 집중 감시하는 "평등기회 옴부즈맨"은
이 사건을 노동법원에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엄격 스웨덴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원칙이 법적으로
보장돼있는 국가다.
지난해에는 연구소에서 3명의 경제분석가중 남자보다 임금을 적게 받은
여자연구원이 노동문제만 전문으로 다루는 노동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기도 했다.
이번 간호사사건의 쟁점은 "동일가치 노동에 동일임금지불"의 원칙을
해석하는 문제였다.
동일한 노동뿐아니라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 일이라고 인정되면 일의
형태가 다르더라도 동일임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규정한 스웨덴 평등보수법의
규정을 어디까지 적용할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간호사직이 X레이를 찍는 엔지니어보다 가치가 적지않기 때문에 같은
임금을 달라는게 이 여자간호사의 요구였다.
그러나 법원은 간호사와 엔지니어 일의 가치를 평가하는 직무평가기준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단 원고측인 옴부즈맨에게 패소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패소판결을 내린 취지는 간호사의 일이 엔지니어보다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가치라는 것을 증명할 직무평가기준이 미흡해
판단을 못한다는 취지였다.
비록 1차 패소는 했지만 다른 형태의 동일가치 노동에도 동일임금을
지불하라고 주장한 이 평등기회 옴부즈맨은 레나 스베나우스라는 노동문제
전문변호사출신 중년여성이었다.
이문제로 각 TV및 라디오와 인터뷰를 막 마친 그녀는 "물론직무평가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쉽지않다는건 우리도 안다.
그러나 동일한 노동뿐만 아니라 상이한 노동에 대해서도 직무평가가
가능하다는게 우리의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아직도 남성적합직종,여성적합직종으로 많은 직업이 성별로 분리된
현실을 감안할때 상이한 직종에 대한 직무평가를 도입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에 적극 개입한 스웨덴 노총의 모드 얀손여사는 "비록 이번엔
패소했지만 앞으로 여성이 직장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역할에서 동일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법적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동일직종에 동일임금"의 원칙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한국 실정에서
보면 동일가치노동에 동일임금을 지불하라고 소송을 내는 스웨덴은 가히
"일하는 여성의 천국"이다.
스웨덴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77%수준으로 거의 모든 여자가 일을
한다.
영국(71%) 독일(57.5%) 미국(58.2%)등 다른 선진국의 추종을 불허한다.
22명의 각료중 정확히 절반인 11명이 여성이다.
공무원의 50%가 여성이고 국회의원중 41%가 여성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하는 남녀평등지수 1위, 여성권한척도 1위인
국가다.
스웨덴의 여성지위가 이렇게 보장된 배경은 역사적 경제적 요인이
크다.
스웨덴노총에서 일하다 노동부의 임시조직인 여성노동시장 조사위원회에
특채된 오사 레그너씨는 "1,2차 세계대전을 겪지않아 180년간 전쟁없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했던 탓에 노동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인구는 정체돼 노동력부족이 심각해졌고 이로인해 여성을
활용하지 않을수 없는 사회적 배경이 됐다"고 진단했다.
또 "사회민주당이 오래 집권해 공공부문이 커지면서 여성이 정책적으로
취업하기가 용이해진 것도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스웨덴여성이 단지 경제적 요인에 의해 수동적으로 노동시장에
흡수된 것은 아니다.
여성의 사회참여는 30년이상 된 투쟁의 결과였다.
60년대부터 소득세제개혁등을 포함한 여권신장운동을 주도해온 스웨덴
노동연구소의 아니카 보드박사는 "문제는 인식의 전환이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보는 것, 육아를 엄마의 몫뿐만 아니라
부부, 나아가 사회전체의 몫으로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인식의 전환에 따라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의 사례가 현 보건복지부
마징가 클링발장관이다.
그녀는 "4명의 아이를 키우면서도 사회민주당의 정치인으로 계속
일해왔다"고 밝혔다.
막내 엠마(12)를 낳았을때 그녀는 7개월의 육아휴직을 이용했고
사민당에서 다시 파트타임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컴퓨터 관련사업을 하는 그녀의 남편도 파트타임으로 전환해
부부가 매일 번갈아 가며 자녀를 돌보았다.
그녀는 "내 경우는 스웨덴에서 아주 보편적인 형태"라며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직 노동부장관과 교육부장관이 장관재직중에 임신을 해서 육아휴직을
하는 마당이고 보면 "한국에서는 나같은 경우가 취재대상이 되느냐"는
그녀의 질문에 오히려 기자가 더 멋쩍었다.
< 스톡홀름 = 안상욱기자.김흥종선임연구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
법원주변은 북적거렸다.
유럽여성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 사건의 판결을 기다리는 취재진이었다.
사건은 스톡홀름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산부인과 여자간호사가 동료
남자엔지니어직원보다 임금이 적다는 이유로 이를 "평등기회 옴부즈맨"에게
신고한데서 비롯됐다.
이 여성간호원의 월급은 1만5,000크로나(약 170만원).
남자직원이 받는 1만9,600크로나보다 무려 4,600크로나(약 55만원)가
적었다.
여성의 불평등대우사례만을 집중 감시하는 "평등기회 옴부즈맨"은
이 사건을 노동법원에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엄격 스웨덴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원칙이 법적으로
보장돼있는 국가다.
지난해에는 연구소에서 3명의 경제분석가중 남자보다 임금을 적게 받은
여자연구원이 노동문제만 전문으로 다루는 노동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기도 했다.
이번 간호사사건의 쟁점은 "동일가치 노동에 동일임금지불"의 원칙을
해석하는 문제였다.
동일한 노동뿐아니라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 일이라고 인정되면 일의
형태가 다르더라도 동일임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규정한 스웨덴 평등보수법의
규정을 어디까지 적용할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간호사직이 X레이를 찍는 엔지니어보다 가치가 적지않기 때문에 같은
임금을 달라는게 이 여자간호사의 요구였다.
그러나 법원은 간호사와 엔지니어 일의 가치를 평가하는 직무평가기준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단 원고측인 옴부즈맨에게 패소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패소판결을 내린 취지는 간호사의 일이 엔지니어보다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가치라는 것을 증명할 직무평가기준이 미흡해
판단을 못한다는 취지였다.
비록 1차 패소는 했지만 다른 형태의 동일가치 노동에도 동일임금을
지불하라고 주장한 이 평등기회 옴부즈맨은 레나 스베나우스라는 노동문제
전문변호사출신 중년여성이었다.
이문제로 각 TV및 라디오와 인터뷰를 막 마친 그녀는 "물론직무평가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쉽지않다는건 우리도 안다.
그러나 동일한 노동뿐만 아니라 상이한 노동에 대해서도 직무평가가
가능하다는게 우리의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아직도 남성적합직종,여성적합직종으로 많은 직업이 성별로 분리된
현실을 감안할때 상이한 직종에 대한 직무평가를 도입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에 적극 개입한 스웨덴 노총의 모드 얀손여사는 "비록 이번엔
패소했지만 앞으로 여성이 직장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역할에서 동일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법적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동일직종에 동일임금"의 원칙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한국 실정에서
보면 동일가치노동에 동일임금을 지불하라고 소송을 내는 스웨덴은 가히
"일하는 여성의 천국"이다.
스웨덴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77%수준으로 거의 모든 여자가 일을
한다.
영국(71%) 독일(57.5%) 미국(58.2%)등 다른 선진국의 추종을 불허한다.
22명의 각료중 정확히 절반인 11명이 여성이다.
공무원의 50%가 여성이고 국회의원중 41%가 여성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하는 남녀평등지수 1위, 여성권한척도 1위인
국가다.
스웨덴의 여성지위가 이렇게 보장된 배경은 역사적 경제적 요인이
크다.
스웨덴노총에서 일하다 노동부의 임시조직인 여성노동시장 조사위원회에
특채된 오사 레그너씨는 "1,2차 세계대전을 겪지않아 180년간 전쟁없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했던 탓에 노동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인구는 정체돼 노동력부족이 심각해졌고 이로인해 여성을
활용하지 않을수 없는 사회적 배경이 됐다"고 진단했다.
또 "사회민주당이 오래 집권해 공공부문이 커지면서 여성이 정책적으로
취업하기가 용이해진 것도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스웨덴여성이 단지 경제적 요인에 의해 수동적으로 노동시장에
흡수된 것은 아니다.
여성의 사회참여는 30년이상 된 투쟁의 결과였다.
60년대부터 소득세제개혁등을 포함한 여권신장운동을 주도해온 스웨덴
노동연구소의 아니카 보드박사는 "문제는 인식의 전환이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보는 것, 육아를 엄마의 몫뿐만 아니라
부부, 나아가 사회전체의 몫으로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인식의 전환에 따라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의 사례가 현 보건복지부
마징가 클링발장관이다.
그녀는 "4명의 아이를 키우면서도 사회민주당의 정치인으로 계속
일해왔다"고 밝혔다.
막내 엠마(12)를 낳았을때 그녀는 7개월의 육아휴직을 이용했고
사민당에서 다시 파트타임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컴퓨터 관련사업을 하는 그녀의 남편도 파트타임으로 전환해
부부가 매일 번갈아 가며 자녀를 돌보았다.
그녀는 "내 경우는 스웨덴에서 아주 보편적인 형태"라며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직 노동부장관과 교육부장관이 장관재직중에 임신을 해서 육아휴직을
하는 마당이고 보면 "한국에서는 나같은 경우가 취재대상이 되느냐"는
그녀의 질문에 오히려 기자가 더 멋쩍었다.
< 스톡홀름 = 안상욱기자.김흥종선임연구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