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403) 제10부 정염과 질투의 계절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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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제가 자식을 훈육하는 것도 결국 어머님과 조상님들의
명예를 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까.
제가 자식을 매로 좀 다스린 것을 가지고 어머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너무 서운하옵니다"
가정은 가주를 생각하며 흘린 눈물을, 마치 대부인의 꾸지람을 듣고
서운하여 흘린 눈물처럼 보이도록 하여 대부인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려고
고개를 들어 대부인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대부인도 보옥이 안쓰러워 눈물을 흘리느라 가정의 두 눈에
비친 눈물을 보지 못하였다.
"너는 내가 너에게 한 마디 한 것을 가지고 너무 서운하다느니 하며
견디지 못해 하는구나.
그런데 너에게 수십 대의 곤장을 맞은 네 자식은 어떠하겠느냐.
자식을 다스리는 것은 물론 네 말대로 가문의 명예를 위한 것이기는
하나, 옛날 너의 부친이 너를 다스리기 위해 이렇게 곤장을 때린 적이
있더냐"
대부인의 말을 듣고 보니 가정은 더 할말이 없었다.
"어머님, 모두 제가 못난 탓에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해 저지른 일이오니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다시는 자식에게 손대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가정이 이렇게 용서를 비는데도 대부인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보옥을 못 살게 하고 들들 볶은 것이 어디 한두 번이냐.
그럴 때마다 내가 주의를 주었건만 너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맹세를 하였으면서도 끝내 오늘 같은 일을 저지르고 말았구나.
그러니 어떻게 네 말을 믿겠느냐. 차라리 나는 보옥이란 보옥 에미를
데리고 너를 떠나 남경으로 내려가는 것이 낫겠다.
너도 우리들을 보지 않으면 속이 편할 것이 아니냐"
그러더니 대뜸 하인들에게 남경으로 내려갈 채비를 하라고 명령하였다.
하인들은 난데 없는 명령에 어쩔 줄을 모르고 그대로 선 채 "예, 예"
할 뿐이었다.
대부인은 보옥을 안고 울고 있는 왕부인에게도 남경으로 같이 내려
가자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도 그렇게 자식 때문에 울 것 없다.
아무리 애지중지 자식을 키워놓아도 자식이란 것은 다 자라면 에미를
에미로 보지 않는 법이야.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자식은 아예 사랑을 하지 않아야 뒷날 억울하지
않을 거야"
그 말은 가정이 들으라고 일부러 하는 말이었다.
그러자 가정이 더욱 안절부절 못하며 대부인의 치마를 붙들고 읍소
하였다.
"어머님, 어머니께서 남경으로 내려가신다면 저는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이세상 어디에 제몸을 둘 수 있겠습니까?"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일자).
명예를 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까.
제가 자식을 매로 좀 다스린 것을 가지고 어머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너무 서운하옵니다"
가정은 가주를 생각하며 흘린 눈물을, 마치 대부인의 꾸지람을 듣고
서운하여 흘린 눈물처럼 보이도록 하여 대부인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려고
고개를 들어 대부인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대부인도 보옥이 안쓰러워 눈물을 흘리느라 가정의 두 눈에
비친 눈물을 보지 못하였다.
"너는 내가 너에게 한 마디 한 것을 가지고 너무 서운하다느니 하며
견디지 못해 하는구나.
그런데 너에게 수십 대의 곤장을 맞은 네 자식은 어떠하겠느냐.
자식을 다스리는 것은 물론 네 말대로 가문의 명예를 위한 것이기는
하나, 옛날 너의 부친이 너를 다스리기 위해 이렇게 곤장을 때린 적이
있더냐"
대부인의 말을 듣고 보니 가정은 더 할말이 없었다.
"어머님, 모두 제가 못난 탓에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해 저지른 일이오니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다시는 자식에게 손대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가정이 이렇게 용서를 비는데도 대부인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보옥을 못 살게 하고 들들 볶은 것이 어디 한두 번이냐.
그럴 때마다 내가 주의를 주었건만 너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맹세를 하였으면서도 끝내 오늘 같은 일을 저지르고 말았구나.
그러니 어떻게 네 말을 믿겠느냐. 차라리 나는 보옥이란 보옥 에미를
데리고 너를 떠나 남경으로 내려가는 것이 낫겠다.
너도 우리들을 보지 않으면 속이 편할 것이 아니냐"
그러더니 대뜸 하인들에게 남경으로 내려갈 채비를 하라고 명령하였다.
하인들은 난데 없는 명령에 어쩔 줄을 모르고 그대로 선 채 "예, 예"
할 뿐이었다.
대부인은 보옥을 안고 울고 있는 왕부인에게도 남경으로 같이 내려
가자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도 그렇게 자식 때문에 울 것 없다.
아무리 애지중지 자식을 키워놓아도 자식이란 것은 다 자라면 에미를
에미로 보지 않는 법이야.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자식은 아예 사랑을 하지 않아야 뒷날 억울하지
않을 거야"
그 말은 가정이 들으라고 일부러 하는 말이었다.
그러자 가정이 더욱 안절부절 못하며 대부인의 치마를 붙들고 읍소
하였다.
"어머님, 어머니께서 남경으로 내려가신다면 저는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이세상 어디에 제몸을 둘 수 있겠습니까?"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