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 특약 독점 전재 ]]]

"일본은행을 독립시켜라"

최근 일본 대장성으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는 일본은행(일중앙은행)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2년 일본중앙은행법 제정이후줄곧 대장성의 통제를 받아오던 일본
은행이 근래들어 대장성의 악재를 기회로독립을 어느때 보다 강하게 요구
하고 나선 것.

대장성은 요즘 공공자금을 이용해 7개의 주전회사(주택금융전문회사)를
정리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해 놓고 인기가폭락하는 사태에 직면해 있다.

해체론까지 대두하고 있다.

대장성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런 문제가 아닐수 없다.

그러나 일본은행 입장에선 그야말로 호재를 부를만한 상황이다.

일본은행은 지금을 독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보고있다.

게다가 일본연립정부도 일본은행의 독립안에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대장성은 일본은행에 대해 전횡을 행사해 왔다.

이는 일본은행의 정책결정과정을 보면 쉽게 알수 있다.

일본 재정정책에 관한 최종정책결정권은 일본은행내의 있는 7인정책위원회
가 갖고 있다.

이 위원회의 역할은 중앙은행 집행위원회가 제출한 안건에 대해 최종승인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집행위원회는 모든 중요안건을 대장성과 반드시 협의해야 하는
체계를 갖고 있다.

이뿐 아니라 대장성은 일본은행의 예산을 결정하고 집행위원회의 위원들을
임명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대장성이 일본은행의 손목 발목을 다 잡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대장성이 일본은행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동안 뉴질랜드 프랑스
영국 스페인등 세계각국은 자국 중앙은행에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통화문제에 정치논리가 개입되기보다는 중앙은행이 맡아 올바르게 운영해
나가는게 경제에 도움이 된다게 이들의 생각이다.

일본은행측도 이미 1972과 80년대말 정치인들이 경기부양책으로 금리인하를
강요해 일본내 통화사정이 악화된 경험이 있다고 말하며 독립은 통화안정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본대장성의 입장은 다르다.

그동안 대장성이 실질적인 통화정책을 맡아 왔지만 금리를 OECD회원국중
가장 낮게 유지해 왔다.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번째 경제대국도 됐다.

경제 통화정책에 관한 한 우등생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정치논리때문에 경제가 피해를 보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일부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독립하면 정부의 재정상황이 더 악화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정부가 공공부문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결과채무대GDP(국내
총생산)비율이 올해는 9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중앙은행이 독립하면 정부는 파산할지도 모른다는게 이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금융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독립하면 정부의 재정부담문제
정도는 말끔히 해소될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효율적 통화운영으로 민간투자를 확대, 정부의 부담폭을 줄일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일본은행의 독립을 성사시킬 당사자는 연립정부밖에 없다.

일본은행의 독립이 성사되기 위해선 몇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는 중앙은행을 경제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도구로 여기던
과거 사고틀에서 탈태해야 된다.

사고전환이 없으면 중앙은행을 독립시키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또 있다.

인기가 폭락하긴 했지만 아직 대장성의 힘이 막강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일본은행독립을 포함해 대장성의 횡포를 비난하는 수많은 반군들
에게 언제든지 본때를 보여줄만한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장성의 해체라는 강경수까지도
불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독립을 요구하는 일본은행을 두고 향후 연립정부 대장성 일본은행 3자간
줄다리기판이 어떤식으로 자웅을 가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리=박수진기자>

=======================================================================

("The bank of Japan crying for Freedom", April 26, 1996
The economist,London)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