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시장은 과연 "엘도라도"인가.

국내 금융시장 개방속도가 빨라지면서 외국 금융기관들이 물밀듯 몰려오고
있다.

외국은행의 국내점포가 올해안에 1백개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증권 보험
투신등에도 세계 유수 금융기관의 한국행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황금의 땅"에 하루라도 빨리 가 노다지를 캐자는 심산이다.

지난 93년 "3단계 금융자율화 및 개방계획" 발표이후 3년이 지난 한국
금융시장은 이제 외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진입차별은 거의 없어졌다.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직접적이고 커다란 영향이 예상되는 은행과 증권의
현지법인을 제외하면 사실상 다 터줬다"(재경원관계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따라서 미국등 외국 정부의 우리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도 금융기관의
"진입허용"에서 "규제완화와 업무영역 확충"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선수입장이 끝난 만큼 외국사에도 차별을 두지않는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다.

물론 외국 금융기관의 직접 진출은 큰 문제가 않될 수도 있다.

그동안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금융기관들이 얻은 "영업이익"이 그렇게 놀랄
정도는 아닌데다 일부 업체들은 손실을 못이겨 본국으로 철수하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일반인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자본시장에 대한
진출이다.

92년 개방된 주식시장을 통해 짭짤한 재미를 본 외국 금융기관들은 이제
주식시장의 추가개방은 물론 채권시장의 본격적인 개방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환율이 안정된데다 큰 리스크를 걸지 않고도 고금리가 보장되는 매력적인
시장을 그냥 놔둘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몰아치는 개방의 파고를 부문별로 살펴본다.

<> 은행 =올해안에 외국계은행 점포가 1백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도이치은행과 바클레이즈은행이 최근 철수했지만 미국 네이션즈등 3개은행
이 올해 새로 진출하고 씨티은행이 지점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따라서 외국계 은행점포는 작년말 현재 96개(77개 은행)에서 올해는
세자리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포화상태에 달할 정도로 들어온 외국은행들은 이제 업무영역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원화조달수단확대 스왑한도확대 갑기금(자본금)증액등 영업자금을 늘려
달라고 주장하는데 이어 대기업과의 거래를 원활히 할수 있도록 중소기업
의무비율철폐 여신한도기준비율 하향조정등 각종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 증권관련산업 =올해에만 외국 증권사 국내지점 4개가, 새로 들어온다.

리먼브러더스(미) 코쿠사이(일)등 4개 지점이 하반기부터 영업을 시작하면
외국 증권사는 모두 23개(사무소는 17개)가 된다.

이중 쟈딘플레밍 베어링 모간스탠리등 4개사는 증권거래소 정식회원으로
가입했고 다이와 BTI등 3개는 CD(양도성예금증서)매매와 중개업무까지
하는등 국내 증시에 깊숙히 참여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3일부터 개설된 주가지수선물시장에는 외국증권사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달금리가 낮을수록 유리한 주가지수선물시장의 스프레드거래는 외국
증권사들의 독무대가 될 것으로 우려될 정도다.

<> 보험관련산업 =지난달부터 국내보험사의 해외재보험 가입이 사실상
자유화되면서 외국보험사들의 한국시장 공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외국에 있는 보험사들의 모든 생명보험과 해외여행보험 선박
보험등을 가입할 수 있는 "크로스-보더"가 허용된다.

이렇게 되면 외국 보험사들의 일반 개인들을 대상으로한 영업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미국측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독립대리점제도가 이미 도입(생보는
내년 4월)된데다 98년부터는 보험중개인(브로커)업 보험계리업 손해사정업등
이 개방되는등 보험관련산업의 진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투신및 투자자문 =외국투자자문사에는 이미 국내 영업이 허용됐고 외국
투신사도 올 12월부터는 외국투신사의 지분참여가 가능해진다.

외국사들은 일임매매가 허용되지 않는 투자자문보다는 투신사쪽으로 진출
가닥을 잡는 양상이다.

현재 JP모간(미)과 야마이치(일)등이 삼성증권과 합작투신설립을 준비하는
단계이지만 내년부터 합작참여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 자본시장개방 =지난 4월부터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한도가 15%에서
18%로 늘어난데 이어 하반기중에 20%까지 늘린다.

그이후에도 매년 조금씩 더 확대해 99년께는 외국인투자한도를 아예 한도
폐지할 방침이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시장도 올해 중소기업전환사채에 대한 투자한도를
늘리고 내년에 무보증 장기채투자를 허용하는등 개방폭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현재 주식시장에만도 1백50억달러가량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의
유입규모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