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자금시장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회사채유통수익률등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회사채수익률(3년)은 이날 연 10.74%를 기록, 전날(연10.57%)보다
0.17%포인트나 올랐다.

91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도 전날(연 10.05%)보다
0.45%포인트 오른 연 10.50%를 기록했다.

금융연구원은 이날 ''96년 경제전망 수정발표''를 통해 회사채수익률이
3.4분기부터 오름세로 돌아서 3.4분기 연 11.4%, 4.4분기 연 12.1%선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금리가 이처럼 오름세로 반전될만한 자금수급상의 상황변화는
별로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그동안의 하향안정세와 반대양상을 보이는 것은 국내자금시장
특유의 "심리적 요인" 때문이라는게 중론이다.

관계자들은 심리적 요인을 구체적으론 "한국은행의 동향"에서 찾고 있다.

한은이 최근의 시장금리급락을 경계하면서 "모종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가
하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은은 물론 "중앙은행이 나서 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 올리든지 반대로
끌어 내릴수는 없다"(박철 자금부장)며 이런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박부장은 비록 원론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시장금리의 급등락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를 적절히 중화시키는게 중앙은행의 책무"라고
말해 시장관계자들의 "우려"가 아무런 근거가 없는게 아니라는걸 시사했다.

관계자들이 한은조치의 단초로 꼽고 있는 것은 은행들의 방만한 자금운용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2일 현재 은행들의 지준부족규모는 당일 1조3천억원(적수기준
3조8천억원)에 달할 정도로 은행단기자금 사정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최근들어 고유계정 여유자금을 투금사에 콜로
운용했다.

한은이 부족자금을 으레 막아줄것이라는 기대도 상당히 작용했다.

그러나 한은은 은행들이 자금지원을 원했던 지난 2일과 이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2일 자금담당 임원회의에서 "과도한 외부자금에 의존하지 말고
조달범위에서 자금을 운용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관계자들은 한은이 시장금리를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통화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당초 한은이 경제상황을 고려, 바람직한 회사채수익률로 생각한 연11%
안팎으로 금리를 관리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물론 한은은 이런 해석이 터무니없다고 말한다.

은행의 건전경영을 위해 방만한 자금운용을 하지 말라는 것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과연 국내자금시장 특유의 "심리적 요인"이 모처럼 자리잡기 시작한
저금리추세에 장기적인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