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우리나라 보행자 사망률 선진국의 10배"라는 보도가 있었다.

질서와 법 의식이 마비된 불법주차 정차가 이면도로는 말할것도 없고
주요 인도까지 점령, 온통 주차장화 되어 버렸다.

여기에다 갖가지 공사 건자재와 상품의 야적으로 사람다니는 길은
마치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라는 식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툭하면 차단되고 방해되어 보행자 인명사고의
주요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아침에 등교할 때마다 "길 조심 차조심"당부하기가
습관화돼 버렸다.

교통법규나 사리에 지나치게 어긋나는 경우를 너무 자주 보게 된다.

이것이 이제는 만성화되어 우리가 치러야하는 사회적비용은 엄청날
수 밖에 없다.

요즘 당국의 불법주차 단속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파리 쫓기"식이다.

단속할 때만 되면 일제히 피했다가 단속이 지나가버린뒤엔 어느새
다시 인도등에 불법주차해 놓는 때문이다.

규제와 단속만으로 교통과 주차혼잡을 없애는데엔 한계가 있다.

시민 각자가 양식과 사리 있는 행동과 더불어 교통정책이 보다 보행자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GNP 세계 11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돌파.

계수상으로는 우리도 선진국의 문턱에 와있다고 할만 하다.

전국의 자동차 등록대수를 보거나 자가용 보급률면에서 보더라도 수긍할
만하다.

즉 외형상(하드웨어)으로는 분명히 선진권에 진입했다고 하나 내용상
(소프트웨어)으로는 아직 중진국 내지는 후진국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반증이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외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국민 각자가 질서의식 법준수의식 없이 현행처럼 무질서한
행동이 지속된다면 부끄러운 "보행자사고 세계최고"를 면할 수는 없다.

이정호 < 부산 강서구 강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