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대중총재와 자민련 김종필총재는 4일낮 국회 귀빈식당에서
지난89년 여소야대시절이후 첫 단독회담을 갖고 야권공조를 다짐했다.

격동의 한국현대정치사 30여년동안 거의 한번도 "협조관계"를 맺지
못했던 두사람이 손을 굳게 잡은 모습은 역사의 아이러니컬한 모습을
적라라하게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오랜기간에 걸쳐 보여온 두사람간의 관계를 감안할때 정치권에서는
과연 이날의 양김공조 다짐이 얼마나 지속될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칫 공멸의 위기로 몰릴 가능성이 있는 양김이 일시적으로 협조를
다짐 한것 정도로 이날 회동을 평가하고 있다.

지지 계층이나 지역기반이 확연히 다른 상황에서 양김이 협력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서로의 정치적 장래를 위한 계산된 공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다.

김대중총재는 정계은퇴선언을 번복하고 민주당을 사실상 와해시켰다는
정치적 부담을 안고 이번 총선에 전력투구했으나 "참패"를 면치못했다.

김종필총재는 지난해 1월 여권의 고사작전에 저항,자민련을 창당해
외형적으로는 이번 총선에서 최대 승리자가 되었으나 최근의 정국상황은
오히려 그의 입지를 점점 옥죄어오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볼때 여권핵심부가 민의의 결과로 나타난 총선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세대교체" 바람을
확산시킬 태세를 보임에 따라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내년말을 겨냥한 대권행보를 가속화해야할 양김으로서는 그러나
이번 회동을 계기로 한차원 높은 협력가능성을 남겼다는데 양쪽
모두 의미를 두는 것 같다.

김영삼대통령주도의 정국이 두사람의 입지를 점점 좁혀올 경우
공조를 넘어 정치적 제휴를 할 가능성도 없지않다는 분석이다.

양김간의 정치적 제휴의 연결고리는 현재로서는 김대중총재가
내켜하지않는 내각제 개헌이다.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양김이 내각제 개헌에
대한 타협점을 찾을지에 쏠리고 있다.

이날회담에서도 원론적인 수준이긴하나 내각제가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김회담의 합의문 가운데에도 "내각책임제로 말하면 정권이 교체됐을
일인데 이를 권력과 금력으로 뒤집겠다는 것은 결코 용납할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양김이 어느정도 내각제개헌문제를 다뤘는지 관심이
되고 있다.

자민련 안택수대변인은 회담이 끝난뒤 "내각책임제에 대한 언급은
국민회의 김대중총재가 먼저 꺼냈으며 자민련 김총재도 이에 동조,
합의문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양측이 이날의 내각제언급은 어디까지나 "가정"해서 한 말이라며
큰 의미를 두어서는 안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두 김총재중 어느 누구도 독자적으로 정권을 창출할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점차 대세로 잡아가고 있는 미묘한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박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