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와 CM송의 홍수속에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동요.

그러나 어린이들의 마음의 샘물이 메마르지 않도록 지난 30여년간 꾸준히
새동요를 공급해온 한 원로 작사.작곡가들의 모임이 있어 어린이날을 빛나게
한다.

"한국동요동인회" 회원들은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아동문학가 15명과 작곡가 15명등 모두 30명.

윤석중 새싹회회장, "나뭇잎배"의 박홍근, "보리밭"의 박화목, "꽃밭에서"
의 어효선씨등 작사부문 회원들이 노랫말을 제공하면 김성태 전서울대음대
학장, "가고파"의 김동진, "님이 오시는지"의 김규환, "과수원길"의 김공선,
"파란마음 하얀마음"의 한용희씨등 작곡가 회원들이 정성스레 오선지에
담아낸다.

이렇게해서 지금까지 만들어진 동요는 총 8백여편.

60~80세의 고령에도 아랑곳 않고 회원들은 매년 1인당 2~3편씩의 신작을
만들어 이를 "새동요곡집"이라는 노래책으로 펴낸다.

물론 저작료는 없으며 음악전문출판사인 세광출판사가 제작을 후원한다.

또 이 책들은 도서벽지에서 중국 연변에 이르기까지 주로 신작 동요를
접해볼 기회가 없는 어린이들에게 무료 배포된다.

실향민들인 김공선.박화목씨가 북녘 고향 어귀의 과수원을 그리며 만든
"과수원길", 한때 어린이 노래자랑에 단골메뉴였던 "화전놀이"(김동진곡.
박경중작사), 지금도 유치원 앞을 지날때면 자주 듣게 되는 "아기돼지
엄마돼지"(김규환곡.박홍근작사)등이 새동요곡집을 통해 보급된 대표작들
이다.

한국동요동인회의 역사를 짚어볼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한 사람 있다.

작사부문과 작곡부문의 회원들이 매년 돌아가면서 회장을 맡는 이 모임에서
종신 총무로 봉사하고 있는 아동문학가 박경종씨(81).

"초록바다"의 작사자로 지난해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하기도 한 박씨는 지난
67년 9월 이 모임이 발족한 이래 29년간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왔다.

이 모임의 산증인인 박씨는 작사가들로부터 노랫말을 받아 작곡가들에게
배분해 주는 기본업무에서 출판, 배포, 섭외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이 안
미치는 곳이 없다.

게다가 현재 20집까지 출판된 새동요곡집이 나올 무렵에는 서울시나 YMCA와
같은 시민단체의 후원을 받아 동요발표회, 동요이론 개발 세미나등도 개최
한다.

"29년전 어린이들에게 좀더 명랑하고 건전한 새노래를 안겨주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지은 노래들을 어린이들이
읊조려 줄 때, 또 새동요곡집을 받은 어린이들의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올
때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박씨는 그러나 방송국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대중가요만 틀어대고 부모들
도 아이들이 유행가를 부를때 "잘한다"고 귀여워 해 줄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한다.

한국동요동인회에서 내놓는 동요들은 창립당시인 60년대말이나 지금이나
노랫말과 곡풍에서 변한 것이 거의 없다.

한국적인 정서를 살린 전통적인 동요풍에 서정적인 가사가 그대로 살아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는 세태를 반영해 가요풍을 삽입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됐다고 한다.

그러나 회원들은 "우리 고유의 정서를 담은 동요야말로 생명력있는 보석"
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전통을 계속 살려 나가고 있다.

<윤성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