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계는 제3자개입 금지규정이 노동운동을 위축시키고 노조연대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이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 노동법에는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에 관하여 관계 당사자를 조종.
선동.방해하거나 이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90년1월15일자 결정을 통하여 이들 조항이 헌법
에서 보장하고 있는 단결권을 하위 법률이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한 법원은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조종.선동.방해"라는 문구를
가능한 한 좁게 해석하고 있다.

대다수 서구선진국가의 노조 조직형태인 산업별 노조라면 그 조합원이
취업자이든 실업자이든 노조활동을 하는데 아무런 상관이 없겠지만, 한국과
같은 기업별 노조체제하에서는 직접적인 근로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자가
그 기업내의 노조활동에 관여하게 되면 그 기업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부족
으로 인하여 그 기업의 실정에 맞지 않는 요구를 주장하는등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이끌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기업별 노조는 노조원의 자격을 그 회사에 취업하고 있는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는 것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노동관계법의 제3자
개입 금지조항이다.

독일과 같은 산업별 노조체제하에서도 3자개입과 유사한 사례가 문제되고
있다.

72년의 독일 기업조직법은 기업 내부에서 대표성을 갖는 노조대표에게만
사업장에 접근할 권리를 갖도록 하고 있으며 81년 독일연방 헌법재판소는
기업외부의 노조대표에게 기업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결정을 내린바 있다.

독일 노총은 독일에는 기업별 노조가 없으므로 근로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활동은 기업내의 노조원들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고 기업외부의 노조대표에
의해 많은 부분이 수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나 사용자의 입장은 기업의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들어 외부노조원의 사업장 접근권을 강력히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유일의 분단상황하에 있는 우리나라에 아직도 이데올로기를 추구하는
그룹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제3자개입 금지와 관련된 법규를 개정하는데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남북이 대치되어 있고, 또한 학생운동권과의 연대라든가
위장취업사례에서 볼수 있듯이 이념적 노동운동 그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노동운동을 이용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제3자개입 금지조항의 완전 철폐는
오히려 건전한 노동 운동과 노사화합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

그리고 노동조합에 기반을 두지 않은 세력의 개입을 차단하는데 기존
노조들이 반대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따라서 경영계는 3자개입 금지규정이 엄격히 운용되는 것을 전제로 원칙적
으로 존속되기를 희망한다.

김영배 < 경총 정책실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