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 LG그룹 회장실 사장(54)은 "소리없이 일하는 사람"이란 말을
듣는다.

구본무회장의 "그림자 사장"이란 얘기도 있다.

LG그룹의 전형적인 안살림꾼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LG에서의 전공부터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법무분야였다.

호남정유에서 줄곧 법제를 담당했고 91년 회장실 부사장으로 옮긴 이후
안살림꾼으로서의 수완을 발휘해 왔다.

특히 구본무회장의 부회장 시절 그룹CI(기업이미지통합)작업과 회장취임
준비 등 그룹의 주요 현안들을 치밀하고 꼼꼼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때 회장가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어 새 회장 취임 직전인 95년초
회장실 사장으로 승진했다.

회장실 사장으로서 그의 제1 직무는 CU(소그룹)현안을 지원하거나
대규모 신규 투자전략에 대한 CU장들의 의견을 조정, 그룹 회장의
의사결정을 보좌하는 일.

그는 매일 아침 8시 전에 출근, 8시 반쯤 집무실에 나오는 구회장에게
보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그룹의 주요 사안이 많이 결정된다.

하루에 한번 정도는 직접 회의를 주재하거나 외부회의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는 작년 3월 발족한 그룹의 "공정문화
추진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사장은 달변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머리 회전이 빠르다.

뛰어난 친화력을 그의 제1 자산으로 꼽는 사람들도 많다.

부하 임직원을 포함해 그를 아는 적지않은 사람들이 제각각 "내가
이사장과 가장 친한 사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서울대 법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뒤 66년 호남정유에 창립멤버로
입사, 회장실로 옮기기 전까지 상무 전무를 역임한 "정통 호유맨" 출신이다.

대학시절부터 폭넓은 교유를 가진 인사들이 법조계는 물론 정.관.재계에
두루 퍼져 있어 그룹의 대표적인 "마당발"로도 통한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다 최근 한국 최초의 여성대사가 된 이인호
주핀란드 대사가 그의 누나다.

취미는 우표수집과 바둑(아마 5단).골프 핸디 18.술자리에선 "사랑이여"를
애창한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