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소기업부도와 관련하여 어음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중소제조업체의 판매대금 결제추이를 살펴 보면 전체 매출액 중
현금결제가 이루어진 비중은 88년의 44%에서 94년에는 28%로 크게
감소하였다.

반면 전 산업의 어음발행규모(잔액기준)는 급증세를 보여 국내총생산
(GDP)대비 어음발행규모비중이 같은 기간 중 12%에서 20%로 상승하고 있다.

이렇게 어음거래가 크게 늘고 있는 원인은 첫째 생산공정이 점차
복잡해지고 가공단계가 늘어남과 동시에 80년대 후반 이후의 높은
임금상승에 따라 중소.영세기업의 저임금을 활용하기 위한 하도급거래가
늘고 이 과정에서 기업간 신용이 증가된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3저호황"이후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높은 투자
증가세가 이어짐에 따라 기업의 재무구조가 취약해지고 현금결제능력이
저하된 점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어음이란 상거래에 수반하는 채권.채무관계를 일정기간
유예하는 기업간 신용수단이므로 경제내의 여유자금을 효율적으로
융통시킴과 동시에 원활한 실물거래를 지원하는 기능을 지닌다.

특히 원활한 어음할인은 신용거래에 의한 생산활동을 가능하게 하므로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는 유효한 운전자금조달통로이다.

따라서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목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에
현금결제를 유도하거나 어음발행 행위를 규제할 경우 어음제도의 유용성이
상실됨과 동시에 실물거래가 크게 위축되는 등 추가적인 경제적 비용이
발생할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음거래의 유용성을 감안할 때 인위적으로 현금결제비중을 높이기
보다는 금융기관의 어음할인을 활성화함으로써 중소기업 자금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최근의 현실은 앞에서 언급한 어음발행의 급증세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어음할인실적은 크게 부진하여 94년말 현재 어음할인 총액은
31조원 수준으로 전 산업 어음발행규모(61조원)의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기업의 신용도에 따른 은행의 할인금리 차등폭 확대,
신용보증기구에 대한 재정출연 확대를 통한 신용보증의 활성화,
중소사업자의 과세자료 성실신고를 유도하는 세제개혁 등은 신용에 입각한
어음할인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과제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