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에서 해방되자"

요즘 미국에서는 첨단 기술에 반대하는 "네오 러다이트 운동"이 한창이다.

러다이트는 지난 19세기초 직조기등을 파괴하며 기계파괴운동을 벌였던
전설적인 영국의 노동자.

당시 기계의 등장으로 대량 실업사태에 놓인 노동자들이 기계파괴운동에
동조하면서 "러다이트 운동"은 당시 사회를 휩쓸었다.

이정신을 이어받아 컴퓨터등 첨단기술을 배격하는 것이 네오 러다이트
운동.

지난달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러다이트 의회"가 발족했다.

여기에는 미국과 캐나다등 북미지역에서 3백50여명의 신러다이트 지지자들
이 모였다.

이들은 이자리에서 TV와 컴퓨터등 현대 사회를 황폐화시키는 기술의 산물을
몰아내야 한다며 비폭력 투쟁을 선언했다.

이번 회의를 주도했던 스콧 사비지는 네오 러다이트운동의 선두주자.

그는 "소박한 삶"이라는 잡지를 통해 네오 러다이트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물론 이 잡지 인쇄공정도 "러다이트"식.

이 출판사에서는 타자기로 기사를 작성하고 식자공들이 활자를 뽑아 잡지를
찍어내고 있다.

심지어 필요한 전기는 자가발전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컴퓨터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전세계에 걸쳐 체계적인 착취를
가능게 하는 도구"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이 잡지 구독자는 벌써 5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미래에 대한 반란"이라는 러다이트 운동서를 발간하기도 했던 미국의
좌파 문명 비평가 커크패트릭 세일은 그야말로 "러다이트적" 삶을 실천하고
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집필도 펜으로 쓰거나 타자기를 이용
한다.

그는 종종 강연회에서 컴퓨터를 파괴하기도 한다.

네오러다이트 지지자들은 이런 평화로운 기술반대 운동이 사회변화를
가져올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사비지는 그 논거를 이렇게 내세운다.

"제2차 세계대전때 스탈린은 "교황이 사단을 몇개나 거느리고 있나"라며
자신의 막강한 군대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결국 교황은 공산주의를
뒤엎었다. 누가 사회의 "대세"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