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고속도로를 타고 인천방향으로 달리면 종점근처 가좌인터체인지
바로옆에 높은 굴뚝이 인상적인 큰 공장을 만난다.

2백30여명의 사원이 옥수수를 원료로 포도당, 물엿, 과당 등을 생산하는
삼양제넥스 인천공장이 바로 그것이다.

3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이 회사는 그동안 단한번의 노사분규를 겪지
않는 등 협력적 노사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단순한 화합차원을 뛰어 넘어 노사 모두가 생산성향상을
통한 회사발전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삼양제넥스의 협력적 노사관계는 지난 89년에 밀어닥친 경영위기에서부터
비롯됐다.

업체들의 증설경쟁으로 과잉공급이 초래된데다 국제 곡물가가 폭등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버티기작전으로 일관하는 수밖에 달리 뾰족한 수단이
없었다.

회사가 위기상황에 처하자 노사는 머리를 맞대고 극복방안 마련에 나섰다.

생산성향상이 유일한 대안이라는게 결론이었다.

노사는 먼저 의식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근로자만 일하고 관리자는 뒤에서 감시한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바꾸는데서부터 시작했다.

공장장과 노조위원장이 화장실청소부터 솔선수범 했다.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총무과장이 매일아침 빗자루를 들고 공장청소에
나섰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근로자들의 눈에 비쳐졌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1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근로자들도 경영위기 타개를 위한 진정한
운동임을 깨닫고 동참대열에 합류했다.

결재서류가 올라오면 공장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문제점을 청취한뒤
바로 결재하는 모습에서 근로자들의 신뢰는 더욱 굳어졌다.

"현재보다는 다가오는 무한경쟁시대를 의식해 우리가 먼저 변하자는
취지에서 의식개혁을 추진했습니다"김경환사장의 회고이다.

1년뒤 노사는 이운동의 지향점을 정리해 근로자들에게 제시했다.

돈버는 공장, 산뜻한 공장, 열린대화, 바로실천 등 4대 개혁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이때부터 중간관리직을 배제한 경영자와 현장사원들간의 그룹미팅이
활성화 됐다.

자유로운 건의를 보장한 소리함이 설치된 것도 이때였다.

사원들의 여론을 수렴한 새공장 만들기 운동도 펼쳐졌다.

쉴새없이 설비가 증설되는 바람에 대부분의 설비가 노후됐기 때문이다.

이 운동 전개후 기계녹 제거, 페인트칠, 간단한 부품교체, 용접작업 등에
모든 사원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뛰어들었다.

2년동안 쉼없이 펼쳐진 노력의 결과 공장내부는 몰라볼 정도로 깨끗해지고
정돈이 됐다.

노사는 또 한사람이 한대의 기계를 담당하는 내짝운동을 벌여나갔다.

공사장에서부터 말단관리직까지 한대씩의 기계를 맡아 정상가동을
책임지도록하는 것이다.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기위해 사원등의 직무교육을 담당하는 보람학교를
공장안에 설치했다.

이순희 노조위원장은 "관리직의 지속적인 솔선수범이 허위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부터는 근로자들도 적극적인 동참으로 태도가 바뀌어 졌다"며
"겉으로 표현은 안하지만 회사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은 근로자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이회사 노사의 혁신노력은 여러가지 결실로 이어졌다.

지난94년 4%,95년 12%의 생산성향상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또 지난 93년 2백62시간이던 기계고장률이 94년 1백41시간 95년 59시간
등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것은 곧바로 생산성향상과 매출증가의 결실을 거두게 했다.

이회사 노사는 의식개혁으로 이룬 노사한마음을 바탕으로 종합생산성
향상운동인 TPM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생산능력 확충, 생산효율향상, 고객만족추구, 새공장 만들기,
환경친화적 기업환경조성 등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김사장은 "국제곡물가 파동등 회사전도를 위협하는 요인은 여전하지만
노사합심이 된만큼 주력산업전환 등 장기전략 목표는 차질없이 수행될 것"
이라고 자신감을 보인다.

지난 3월 대립적 뉘앙스를 풍기는 노사라는 명칭대신 근.경산업평화를
선언한 삼양제넥스 노사는 이제 단순한 화합을 뛰어넘는 생산성향상을 통한
회사발전에 공동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 인천 = 김희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