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클럽이 최근 러시아와 채권상환연기에 합의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대러차관 회수에 상당한 기일이 걸리거나 최악의 경우 20억달러에 달하
는 차관(이자포함)을 전혀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6일 정부당국자는 "그동안 차관상환에 소극적이었던 러시아가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과 상환연기에 합의한 상태에서 우리측에 일정대로 차관을
상환해 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며 "차관상환방법과 일정을 재조정
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5월말에 개최하려던 한.러경제공동위원회가 러시아측 거부로
하반기이후로 연기돼 차관상환문제를 논의하기 어렵게 됐다"며 러시아측과
의 협의채널마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른 선진국들과 보조를 맞춰 대러차관을 상환받기
위해 파리클럽에 가입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92-93년연체분에 대해 러시아로부터 지난해 1억7천1백50만달러
,올해 1억6천6백60만달러 등 오는 98년까지 4억5천만달러를 상환받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상환액은 헬기 7대,알루미늄괴 3천t등 2천만달러정도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또한 15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산되는 94년이후 상환도래분에
대해서는 러시아측으로부터 아무런 보장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파리클럽은 최근 러시아가 96-99년중에 상환해야 할 4백억달러상당의
채권을 오는 2002-2020년중 상환할 수 있도록 연기시켜줬다. <허귀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