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저온 상태가 아니더라도 전기저항이 전혀 없는 고온초전도물질을
산업에 응용하기 위한 세계각국의 연구열기가 활기를 띄고 있다.

자기부상열차, 전력손실이 "제로"인 송전선, 초고속컴퓨터등에 접목,
실용화할수 있는 단계에는 아직 못미치고 있지만 고감도 의료기기등
일부영역에서의 제품화속도가 빨라지면서 "제3의 산업혁명"까지 예고하고
있다.

고온초전도물질이 발견된 때는 지난 86년1월.

스위스IBM 연구진이 섭씨영하 2백43도(30K)에서 전기저항이 "제로"상태가
되는 세라믹스를 발견해 그해 9월 공식발표한 것.

그 이전까지만 해도 니오븀(Nb) 등 금속계재료만이 섭씨 2백50도 이하에서
초전도상태로 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스위스IBM의 새로운 초전도
세라믹스개발을 기점으로 상온초전도물질 개발을목표로한 연구가 급진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초전도현상을 보이는 가장 높은 전이온도는 영하 1백40도에
이르고있다.

10년새 1백도 이상 높아진 셈이다.

이에따라 액체헬륨 대신 가격이 훨씬 싼 액체질소(영하 1백96도)를
냉각재로 쓸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세계각국의 연구진들은 이같은 전이온도 상승추세로 볼 때 전기냉동기를
이용하는 단계에 도달, 초전도물질의 응용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전도물질 산업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부상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일본 초전도공학연구소의 경우 지난 2월 영구자석을 삽입한 원반에
사람을 올려논 뒤밑면에 설치한 초전도체와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강한 반발력을 이용, 5cm 를 띄우는데 성공했다.

원반과 사람을 합해 1백20kg 에 달하는 물체를 5cm 나 부상시킨 것은
처음이다.

일본은 리니어모터카(일직선으로 배치된 유도전동기의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꾸는 모터로 추진되는 차량)에 이 부상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연구에 막바지 힘을 모으고 있다.

고온초전도물질을 응용한 전동자동차용 모터도 등장했다.

일 아이신정기 계열의 이무라재료개발연구소는 나고야대학과 공동으로
초전도자석을 이용한 모터로골프카트를 만들어 주행하는데 성공했다.

스미토모전기공업등에서는 전기저항이 전혀없는 초전도체의 특성을
살릴수 있는 송전시스템도 개발중이다.

고온초전도체를 응용해 작고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장치
(MRI)개발연구도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고온초전도체를 "21세기를 개척하는기초기술"중 신소재부문의
첫번째로 꼽고 매년 2백억엔가량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고온초전도물질의 산업화 응용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특히 이동통신용 기지국에 사용되는 필터소자의 성능을 가장
빨리 실용화단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온초전도 필터소자는 특정전파를 정확히 잡아내는 성질을 갖고 있는
소자로 현재 실용화를 위한 실증실험을 벌이고 있다.

이 소자의 신뢰성을 높이고 비용문제를 해결할 경우 이동통신 기지국수를
지금보다 3분의1 가량 줄일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은 고온초전도 대통령자문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고 있으며
연방정부에서 만매년 1억5천만달러 가량을 연구비로 지원하고 있다.

경쟁기업들도 컨소시엄을구성해 공동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7년 서울대에서 이트뮴바륨구리산화물(YBaCuO)의
고온초전도물질을 처음으로 합성한 이후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처가 "고온초전도기술개발"을 국책과제로 삼아87년이후
지금까지 1백10억원가량을 지원한 결과 액체질소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양자
간섭장치(SQUID), 이동통신용 마이크로파시스템의 핵심부품인 필터, 77K에서
대량의 전류를 흘릴수 있는 1m길이의 비스무스(Bi)선재등을 개발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초전도물질을 모든 산업부문에 응용할수 있기까지는 임계온도를 더욱
높이는 등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많다.

그러나 반도체를 발견한 이후 트랜지스터가 등장하기까지 1백년이 걸렸던
것에 비해 초전도물질의 실용화속도는 결코 느린것이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국 유럽연합(EU)일본의 기업들로 구성된 "초전도 상업화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오는 2020년 초전도 시장이 2천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듯이 21세기 중반께는 초전도물질이 모든 산업부문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김재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