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이적지에 아파트를 지으려면 하루빨리 추진하라"

최근 서울 각 구청에는 공장을 옮기고 아파트를 짓겠다는 기업들의
사전결정신청이 크게 늘고 있다.

날로 줄어드는 공장부지를 보전하기위해 서울시가 공장이적지에
공동주택건설을 금지하는 건축조례 개정안을 지난 3월달에 서울시의회에
안건으로 올린뒤 벌어진 현상이다.

이 개정안이 의결되면 공장이적지에 공동주택을 짓고자하는 기업들은
최소한 시 도시계획심의회에서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지금 구에서 승인받지 못하면 앞으로 공동주택건설은 기업들의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경기도 등 수도권인근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땅값이 비싼 서울시내
공장이적지에 고층아파트를 지어 짭짤한 이익을 올리려던 기업들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따라 규정이 강화되기 전에 하루빨리 공동주택건설 승인을 따내려는
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

실제로 지난달 중순이후 영등포.도봉.구로구 등에서는 공장이적지에
공동주택을 건설하겠다는 사전결정승인 신청이 급증했다.

영등포구만 해도 세원화성 등 5개기업이, 구로구도 한국슈레더 등 2개사가
신청했다.

도봉구에서도 삼영모방등 4개사가 공동주택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기업들의 신속한 행보에 비해 정작 입법활동을 해야할
의회는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개정안은 현재 서울시의회 도시정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검토되고 있을뿐
아직 상임위원회에도 올라가지 못한 상태다.

곧 열리게 될 85회 임시회에서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지 불투명한
상태다.

이처럼 개정안이 두달째 시의회에서 잠자고 있는 동안 공장부지보전이라는
시의 목표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시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장이전을 추진하는 기업들과 시의회관계자들이
암묵적인 합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래서다.

물론 조례개정을 의결하는 것은 시의회의 몫이고 충분한 사전심의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엇갈린 안건에 대해서는 신속한 처리를 통해 "기업
봐주기"라는 오해를 일으키지 않는 지혜도 필요할 것이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