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그룹인가, 미원그룹인가.

우성건설 인수기업이 두 그룹으로 압축됐다.

현재로선 둘중 어느 기업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는게 채권기관들의 일치된 생각이다.

한일그룹은 기업규모가 큰 반면 미원그룹은 지급보증에 제한이 없고 지역
연고권이 강하다.

물론 두 그룹 모두 채권은행들이 제시한 인수조건을 1백%로 받아들이고
인수에도 적극적이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이같은 평행선은 8일 열린 7개 주요 채권기관대표자회의에서도 확인됐다.

이날 회의를 비밀리에 소집한 제일은행은 한일 미원 한화등 3개그룹이
최종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나 한화그룹은 몇몇 조건이 맞지 않는다며
한일그룹과 미원그룹중 하나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신광식제일은행장대행(전무)을 제외한 나응찬신한은행장 신명호
주택은행장 박찬문전북은행장 장만화서울은행전무 조남용삼삼투금사장
박병선주택건설공제조합이사장등 나머지 6명의 참석자들은 두 그룹의 우열을
가릴수 없는데다 제일은행이 제시한 자료가 불충분하다며 성급히 인수기업을
결정할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따라 이날 회의는 제일은행이 두 그룹에 대한 보완자료를 만드는대로
10일쯤 다시 만나 최종결론을 내자는 결론만 도출하고 끝났다.

이날 회의에서 제일은행은 한일과 미원 두 그룹이 모두 우성건설을 인수
하는대로 2,000억원안팎의 증자를 실시하는대신 채권기관에 2,000억~
3,000억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한일그룹에 대해선 총자산기준 27위로 30대그룹에 포함되는등
규모가 큰 장점은 있지만 지급보증한도가 400억원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미원그룹에 대해선 지급보증에 제한이 없는데다 우성과 지역연고(전북)가
같은 장점은 있으나 30대이외의 기업이 30대안에 들어있던 기업을 인수하는
건 상식에 어긋난다는 점이 단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단순히 겉으로 나타난 재무제표만으론 어느 그룹이 적당한지를
결정할수 없다며 그룹오너의 인수의지와 정상화여력, 현금흐름등 비재무
항목을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따라 제일은행은 자료를 보완, 운영위원회와 대표자회의를 잇따라
열어 인수기업을 최종 결정키로 했다.

15개 기관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는 3분의2이상 참석, 참석자의 4분의3이상
찬성으로 인수기업을 확정한다.

대표자회의에서는 참석자의 과반수찬성을 거쳐야 한다.

한편 제일은행은 이날 회의를 점심때야 긴급소집한뒤 소집사실자체를
숨기는등 당초 강조하던 "결정과정의 투명성"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뭔가 말못한 사정이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 안상욱.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