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라는 기적을 이루면서 조금씩 자만하기 시작
한것은 아닌지 반성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는듯 하다.

얼마전 압구정동 패션가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한토막이다.

우리나라 유명 디자이너의 옷가게에 중국관광객이 들어 왔다.

그는 올해 가장 인기있는 상품인 한 드레스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곳은 한국에서도 가장 돈이 많다는 사람들이 출입하는 의상실인 만큼
주인의 콧대도 높을대로 높은 곳이었다.

주인은 손님에 대한 예를 갖춰 상냥하게 커피를 한잔 건한 다음 상해에서
왔다는 이 손님을 접대했다.

"저도 상해 북경 몽고에까지 다 다녀봤어요. 그런데 상해 뒷골목은 너무
지저분하더군요"

그는 구토하는 흉내까지 내면서 잘난체를 했다.

그러자 그 손님이 물었다.

"저 예쁜 드레스의 값을 물은지 10분도 더 됐습니다. 설마 안파시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안파는 옷을 왜 걸어 놔요? 상해에도 이런 싸롱 옷을 입은 숙녀들이
있습니까?>

중국신사는 그 옷을 500벌만 대소중 싸이즈로 주문한다.

깜짝 놀란 가게 주인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면서 <농담하시는 것은
아니시지요?> 하고 진지하게 따졌다.

<많이 만들어도 한벌에 천불이하로 떨어져서는 제작을 할수가 없는데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그러자 이 중국 상인 신경질적으로가 아니고 여유 만만하게 말했다.

<한국의 인구는 4,500만이지요. 우리 중국에는 지금 천불짜리 드레스를
입은 숙녀들이 4,500점은 더 된답니다.>

한방먹은 이사장님께서는 그때야 중국의 인구가 10억이라는데에 생각이
미쳤다.

중국은 지금 싼임금을 바탕으로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이유이다.

무얼좀 생각해며 살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