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들은 물속에서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라기위해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과 비슷한 보호색깔을 갖고 있거나 적의 공격을 받을때 독을 뿜어내고
전기를 발산한다.

바다의 표면을 헤엄쳐 다니는 정어리 방어 고등어등은 등이 파랗고 배는
은백색이다.

이는 바다위에서 보면 파랗고 바다속에서 해면을 올려다 보면 은백색인
환경에 맞춘 것인지도 모른다.

또 바다밑 바닥에 사는 가자미 넙치등의 빛깔은 모래나 진흙의 그것과
비슷하고 장소를 옮기게 되면 거기에 맞는 빛깔로 곧 변한다.

또한 지느러미의 가시에 독선을 가지고 있는 쑤시미 독가시치 노랑가오리
등을 공격해 오는 적에게 독을 주사하고 아프리카산의 전기뱀장어와
전기매기, 한국 서남해안의 시끈가오리 등은 근육에 발전기를 가지고 있어
그들 몸에 닿는 동물을 감전시킨다.

물고기들의 이러한 자기보호생태의 바다생물세계에선 그런대로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으나 인간의 고도로 발달된 어로기술 앞에선 속수무책이 된다.

그런데 남획으로 위기에 몰린 한국 연근해의 조기들이 생태를 변화시켜
종족보존의 활로를 찾고 있다는 자못 흥미로운 국립수산진흥원의 조사
보고가 나왔다.

어린 조기들이 알을 배고 종래의 회유로를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는
것이다.

조기는 2년가량 자라 몸길이가 19cm가 넘었을 때 알을 배는 성어가 된다.

그것이 제대로 자라게 되면 30~40cm에 이르른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15cm안팎의 어린 조기들이 알을 배는 비율이 30~40%가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위난에 직면해 있을 때 대를 이을 목적으로 조혼을 하는 것에
비유될 일이다.

또 한국 연근해의 조기는 제주도 서남방의 난류해역에서 월동을 한 뒤
봄에 산란을 위해 북상을 한다.

3월하순~4월중순 칠산바다, 4월하순~5월중순 연평도 조해, 6월상순 압록강
대화도 부근을 거쳐 6월하순엔 발해만에 도달하여 얕은 바다에서 알을
낳는다.

그 회유로가 최근에 흑산도에서 동중국해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동물들도 지능을 갖고 있느냐의 여부를 탐구해 왔다.

침팬치 돌고래 비둘기등이 인간 다음으로 지능이 높다는 실험결과를
내놓기도 했으나 아작도 그들의 지능이 본능적 행위일뿐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한국 연근해 조기의 상태 변화는 동물에게 본능 이상의 어떤
지능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