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요즘 무선 케이블TV사업이 번창일로에 있다.

뉴저지주 어틀랜틱시티에서 MMDS( Multi Channel Multi Point
Distribution Service ) 방식으로 무선CATV사업을 하는 오리온비전사도
그중 하나.

시골농가같은 허름한 단층사옥에 직원이라고 해야 고작 12명밖에 안되는
소기업이지만 첨단방식으로 승부를 걸어 단시일내에 무선케이블TV업계의
강자로 떠오른 만만치 않은 회사이다.

케이블TV라고 하면 말 그대로 케이블이 필수적이련만 이 회사는
케이블없이 방송과 위성케이블채널의 혼합형태로 가입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에서 무선케이블TV가 등장한 것은 지난 84년의 일.

무선케이블TV는 유선과 달리 시청료가 싸고 화질도 좋은 편이나
유선사업자들의 조직적인 방해로 거의 영업을 못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2월 통신법이 개정돼 TV방송 케이블TV 전화사업의
영역구분이 없어지고 정보통신사업분야의 전면 자유화와 규제완화로
경쟁체제가 도입되면서 지금은 유선업자나 무선업자나 똑같은 조건으로
영업을 할수 있게 됐다.

미국내 무선케이블TV사업자 수는 현재 2백여개업체로 모두 1백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가입자 수는 비록 유선케이블TV의 57분의1밖에 안되지만 매년 2백%씩
늘고있다고 하니 놀라운 성장속도임에 틀림없다.

오리온비전사는 5년전 자본금 4백50만달러에 13개 채널로 사업을
시작한 이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31개 채널의 다양한 서비스에
연간 매출액 2백만달러를 올리는 짭짤한 회사로 자리잡았다.

지난 1년간 5천가구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최근에는 한 지역에서
4천가구의 신규가입자를 확보했다고 한다.

무선은 케이블의 설치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수
있기 때문에 가입자들에게 싼 이용료로 서비스를 제공할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으로 꼽힌다.

가입비는 수신기와 1m정도 높이의 가정용 안테나를 합쳐 85달러를,
월 시청료는 유선케이블TV의 35달러(평균)보다 훨씬 싼 22달러를 받고있다.

또 무선은 기존케이블의 방송중단및 시그널 전송이상등의 문제가 없어
훨씬 안정적이라는 설명이다.

흠이라면 아무래도 지형에 따라 화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인데
지금은 안테나기술이 많이 발전해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실제로 회사측이 시연해주는 31개 채널의 화질은 우리나라 유선TV화면
보다도 오히려 좋다는 관람자들의 평이었다.

무선케니블TV는 원래 송신안테나와 각 가정의 수신안테나가 일직선상에
있을 때 가장 좋은 화질을 얻을 수 있는데 나무와 빌딩이 큰 방해가 됨은
물론이다.

하지만 1백m 높이의 송신안테나 하나로 반경 50km가 커버된다고 하니
일정지역을 대상으로하는 케이블TV사업에서는 별 문제가 안된다는 것.

우리나라에서도 무선케이블TV에 관심을 갖고있는 몇몇 업체가 오리온사를
다녀왔으나 국내 기존 유선케이블ATV 사업자의 이해관계와 제도상의
문제들로 본격적인 추진이 늦춰지고 있다고 들린다.

한국의 경우 케이블TV사업이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해 케이블이 많이
깔려있지 않은 상태라서 투자낭비 없이 무선쪽으로 방향전환을 하기에
아주 적당하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는 현재 5천7백만 가구에 이미 케이블이 설치돼 있어
무선으로 바꾸려면 얼마간의 중복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또 마을이 위치한 지형이 대부분 분지형으로 주위의 산이나
언덕이 전파혼선을 막아줘 무선케이블TV수신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엘 고어부통령은 최근 정부의 통신정책을 설명하면서 "무선이야말로
세계정보고속 도로와의 마지막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상무부의 조나단 살레정책기획실장도 "언제 어디서건 간편하고
값싸며 안정되고 비밀이 보장돼야 하는 미래의 통신수단이 있다면 그것은
무선통신기술의 응용뿐"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국내 유선통신사업자들의 보호도 좋지만 미국 주식시장에서 무선통신
관련회사의 주식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이유를 우리정부및 기업
관계자들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