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은행이 증권사로부터 "판매알선한 채권에 전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기로 나서 증권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10일 증권업계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지난달 발생한
주택은행 양도성예금증서 60억원 금융사고를 계기로 증권사가 매도한 CD
개발신탁 회사채등 각종 채권에서 상환기일까지 각종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증권사가 전액 배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은행들은 자신들의 뜻에 끝내 "협조"하지 않은 증권사에게는 채권
매입을 중단하며 주식매매주문등에 각종 거래에서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지금까지 은행은 투신사와 함께 증권사로부터 기관간 신용을 믿고 "선대금
지급, 후채권 인수" 방식으로 채권을 대량매입 해왔으며 위.변조사건등이
발생했을 때에는 사후협상을 통해 보상을 받아왔다.

그러나 채권거래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각종 사고가 대형화됨에 따라
증권사와 계약을 체결, 채권거래에 따른 위험에서 벗어나겠다는 움직인이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곧 다른 시중은행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에 대해 채권거래가 많은 증권사들은 "거래차원에서 형식적으로 매매의
주체가 되는 상황에서 채권의 "하자"를 미리 발견, "정품"만 팔라는 요구는
현실을 무시한 강자의 횡포"라고 비난하면서도 불이익을 우려, 타사의
수용여부만을 살피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8일부터 "매매목적물(채권)이 위.변조됐을 때에는
매매거래 자체를 무효로 간주, 제공된 금액을 원상복구한다"는 내용의
"유가증권매매거래 약정서"를 체결하자는 공문을 대우 제일 산업 대신증권등
23개 증권사에 보내 이미 일부사와 약정을 체결했다.

신한은행관계자는 "법률적으로 매매의 상대방인 증권사가 문제가 있는
채권을 판매했다면 이를 배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쌍방계약인만큼 우리가
매도한 채권에서 하자가 드러날 경우에는 우리가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국민은행도 채권매매시 필요서류의 하나인 "거래인감신고서"상에 거래채권
에서 하자가 발생할때 매도자측이 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첨가한 신고서를
갱신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20여개 증권사에 발송중이다.

국민은행관계자는 "주택은행의 30억원짜리 CD를 판매한 모증권사가 변제를
미루고 있어 이같은 사건의 재발방지차원에서 추진중"이라며 "지난해까지
일부 지방은행및 하나은행등의 경우 이미 각서형태로 증권사의 거래책임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