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튼동물기에 늑대무리가 황소를 사냥하는 장면이 나온다.

늑대의 습격을 받은 황소떼는 머리를 바깥으로 내민채 둥글게 원을 지어
암컷과 새끼들을 보호한다.

노련한 늑대는 서두르지 않고 기회를 보다가 소떼의 리더를 일격에
쓰러뜨려 버린다.

지휘자를 잃은 소떼가 흩어지면 게임은 이미 끝났다.

이러한 늑대의 사냥수법은 마케팅의 세계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행동에 영향력을 미치는 핵심요소가 무엇인지 밝혀 내고
이를 집중 공략해야 마케팅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로 폭포효과(Waterfall Effect)를 들수 있다.

물을 산꼭대기에 쏟아 부으면 저절로 산아래로 흘러 내려가듯 마케팅력을
목표소비자의 정상에 집중하면 효과가 자연스럽고 빠르게 전체로 퍼져
나간다는 것이다.

조선맥주의 "하이트돌풍"은 바로 사회 여론을 주도하는 오피니언리더
(Opinion Leader)층을 성공적으로 공략, 폭포효과의 위력을 톡톡히 누린
사례이다.

지난 93년 하이트를 내놓을 당시만 해도 조선맥주는 유통망의 열세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세법상 주류는 반드시 도매상을 거쳐야 시중에 판매될 수 있는데
영남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도매상이 경쟁사의 영향권아래에 있었다.

조선맥주는 특정 소비자층과 우수점포를 선택, 이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판촉을 벌이는 우회전략을 선택했다.

조선맥주는 언론인이나 고위관료, 대기업 경영진, 맥주의 주소비층인
대학생들에게 영향력이 큰 학생회간부 등을 선정, 이들에게 맥주교환권을
기증했다.

또 중상층이나 직장인 대학생들이 주로 사는 지역의 대형 슈퍼마켓과
편의점을 골라 집중적인 판촉전을 벌임으로써 인근 점포도 물건을 주문하는
효과를 유도했다.

이 판촉전에 참여했던 마케팅전략연구소의 박복동소장은 "오피니언리더를
통한 우회전략은 후발업체나 시장점유율이 작은 기업들이 신상품을 내놓을때
필수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폭포효과는 미국 던롭사의 마케팅전략에서도 찾아볼수 있다.

이 회사는 맥스프라이DDH라는 골프공을 개발한 뒤 프로골프선수들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제품이 일반인들에게도 선전되는 효과를 거두었다.

소비자들의 구매행동이 어떤 준거집단에 영향을 받느냐도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법대생들이 법관들의 행동이나 생활방식을 흉내내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미도파백화점 메트로점.

이 곳의 주고객은 20대 초중반의 직장여성이지만 광고나 판촉전략
제품구성 등은 이들보다 나이가 어린 10대 후반에 맞춰져 있다.

실질 구매층인 젊은 직장여성들이 10대 후반의 유행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메트로점 영업기획팀 조학현과장은 "당장 팔리지는 않더라도 매장의
20~30%를 신세대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구비, 오피스레이디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자신을 몇 살로 생각하느냐는 지각연령도 마케팅전략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롯데백화점 의류바이어 강희태과장은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옷을 입는게 유행되고 있다"며 "50대 이상의 노년층이 30-40대를 겨냥한
의류를 찾는 경우가 많아 마담포라 등 일부 제품은 아예 마담이란 말을
빼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리서치&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연령대가 높을수록 실제 나이보다
자신이 몇 살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하는 연령과의 격차가 높아짐을
보여주고 있다.

"마음은 항상 청춘"인 셈이다.

< 이영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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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워효과 >

백화점업계에서 자주 쓰는 샤워효과)란 말은 폭포효과와 비슷하지만 뜻은
하늘과 땅 차이다.

백화점의 윗부분에 고객을 유인하는 상품을 마련해 놓으면 고객이
자연스럽게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다른 물건도 쇼핑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고객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온 뒤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층층히 아이쇼핑을 하게 된다는 동선을 고려한 백화점의
디스플레이 기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