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세계] '포스트모더니즘 CF' .. "호소력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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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발에 파란 눈을 가진 소녀가 기차를 타고 도시를 떠난다.
그녀의 눈망울엔 10대 특유의 고독과 그리움이 맺혀 있다.
음악은 문득 떠나는 여행길의 환상을 더해 준다"
한섬이 판매하는 영캐주얼의류 "시스템"CF에는 별다른 스토리가 없다.
상품을 사달라거나 우리 회사가 멋지다는 메시지도 없다.
기약없이 떠나고 아무런 의문없이 도시로 돌아오는 젊은이들의 고독과
거기서 남겨진 이미지뿐이다.
캐릭터 캐주얼의류인 파코라반CF 역시 마찬가지.
휑하니 눈이 큰 소녀의 불안한 이미지만 남겨져 있다.
그녀가 지금 왜 여기에 서 있는지 아무런 상황설명이 없다.
생의 한 순간을 CF로 도려낸 듯 하다.
요즘 유행하는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 Post Modernism ) 광고들이다.
이러한 경향의 광고는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후반을 겨냥한 제품,
그중에서도 의류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스타일의 CF는 어떤 상품을 광고하는지 전혀 모를
정도로 내용보다는 이미지를 중시한 게 특징이다.
소비자에게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그를 통해 구매욕구를
자극한다는 광고의 기본 속성을 완전히 뒤엎어 버린 것들이 대부분이다.
형식에 있어서도 만화를 이용하는 등의 파격을 시도하거나 내용에서는
페미니즘을 지향하기도 한다.
금강제화가 신세대층을 겨냥해 내놓은 캐릭터 구두 "데땅뜨"의 CF가
대표적인 사례.세상을 종횡무진으로 휘저어버리는 거친 여자 캐릭터가
등장하여 "세상의 중심은 나"라고 선언한다.
선굵은 화면이 서양 만화잡지나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자신을 뒤쫓는 카메라에 다가가 과감하게 필름을 빼버리는 대현의
"마르조"CF도 변해가는 여성의 위상을 보여준다.
여성은 더 이상 남자들이 훔쳐보는 성적 대상이 아니란 주장이다.
문화평론가 황동일씨는 "근대가 생산중심의 사회였다면 현대는 이미지와
감성이 중요시되는 소비사회"라며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문화에 대한
반발로 기존 가치관을 부정하는 다양한 가치체계가 등장하고 있다"고 최근
CF의 동향을 진단했다.
시스템 광고를 기획한 한섬의 윤경화실장은 "신세대들의 구매성향은
제품 이미지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며 "CF에 사용된 음악이나 모델에도
많은 관심을 갖는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1일자).
그녀의 눈망울엔 10대 특유의 고독과 그리움이 맺혀 있다.
음악은 문득 떠나는 여행길의 환상을 더해 준다"
한섬이 판매하는 영캐주얼의류 "시스템"CF에는 별다른 스토리가 없다.
상품을 사달라거나 우리 회사가 멋지다는 메시지도 없다.
기약없이 떠나고 아무런 의문없이 도시로 돌아오는 젊은이들의 고독과
거기서 남겨진 이미지뿐이다.
캐릭터 캐주얼의류인 파코라반CF 역시 마찬가지.
휑하니 눈이 큰 소녀의 불안한 이미지만 남겨져 있다.
그녀가 지금 왜 여기에 서 있는지 아무런 상황설명이 없다.
생의 한 순간을 CF로 도려낸 듯 하다.
요즘 유행하는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 Post Modernism ) 광고들이다.
이러한 경향의 광고는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후반을 겨냥한 제품,
그중에서도 의류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스타일의 CF는 어떤 상품을 광고하는지 전혀 모를
정도로 내용보다는 이미지를 중시한 게 특징이다.
소비자에게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그를 통해 구매욕구를
자극한다는 광고의 기본 속성을 완전히 뒤엎어 버린 것들이 대부분이다.
형식에 있어서도 만화를 이용하는 등의 파격을 시도하거나 내용에서는
페미니즘을 지향하기도 한다.
금강제화가 신세대층을 겨냥해 내놓은 캐릭터 구두 "데땅뜨"의 CF가
대표적인 사례.세상을 종횡무진으로 휘저어버리는 거친 여자 캐릭터가
등장하여 "세상의 중심은 나"라고 선언한다.
선굵은 화면이 서양 만화잡지나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자신을 뒤쫓는 카메라에 다가가 과감하게 필름을 빼버리는 대현의
"마르조"CF도 변해가는 여성의 위상을 보여준다.
여성은 더 이상 남자들이 훔쳐보는 성적 대상이 아니란 주장이다.
문화평론가 황동일씨는 "근대가 생산중심의 사회였다면 현대는 이미지와
감성이 중요시되는 소비사회"라며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문화에 대한
반발로 기존 가치관을 부정하는 다양한 가치체계가 등장하고 있다"고 최근
CF의 동향을 진단했다.
시스템 광고를 기획한 한섬의 윤경화실장은 "신세대들의 구매성향은
제품 이미지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며 "CF에 사용된 음악이나 모델에도
많은 관심을 갖는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