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유통의 바이어 김정원씨(25)는 "여성바이어"보다는 "잡화담당바이어"
라는 호칭을 더 좋아한다.

해태수퍼마켓의 변신을 이끄는 선봉장으로 최일선에 서있는 그녀로서는
당연한 바램일지 모른다.

김정원바이어가 담당하는 업무는 화장품 경의류 악세사리 헤어용품등
해태수퍼마켓에서 새로이 시도하는 신규상품들을 매입하는 일.

항상 새로운 상품들을 찾아다니는 그녀는 "수퍼마켓은 식품뿐 아니라
생활에 관련된 모든 용품을 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하고있는 일의 무게에 비해 그녀의 바이어경력은 의외로 짧다.

94년 말 그룹공채로 입사해 3개월간의 교육을 거친후 바로 배치받은
김씨의 바이어경력은 1년 남짓한 정도.

당시 유통의 뜻도 잘 모르던 김씨가 잡화바이어로 임명되자 주위에선
말도 많았다고 한다.

"저도 놀랐어요.

바이어는 보통 매장에서 몇년정도 근무해 슈퍼마켓의 생리를 파악한
경험자들이 맡게 되거든요"

그러나 "소비자의 눈으로 물건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회사측의 격려로 그녀는 바이어가 됐고 해태수퍼마켓의 변화를 가져왔다.

실제로 그녀는 악세사리와 화장품의 다양한 기획행사를 매달 열며 단일
기획상품에서 한달동안 2천5백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회사에서 "당차다""잘해낸다"는 평을 듣는 그녀지만 처음부터 모든
일이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저는 예쁘고 좋은 물건이면 좀 비싸더라도 사는데 주부들 마음은
그게 아니더라구요"

바이어초기에 화려한 칼라의 ELLE 비치백을 ''보기에 너무예뻐서''
1만5천원에 들여놨다가 판매가 부진, 쓴맛을 보았다는 그녀는 항상 주부의
마음이 되려고 노력한다며 밝게 웃었다.

<권수경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