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411) 제10부 정염과 질투의 계절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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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옥이 일부러 몹시 아픈 척하며 습인을 불렀다.
"보채 누이가 보내준 약을 바르니 좀 낫는 것 같았는데 다시 아파오네.
아아, 이렇게 아프면 오늘 밤 잠도 잘 오지 않을 텐데.
책이라도 읽으며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몰라.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거의 다 읽었고.
아참, 보채누이에게 재미있는 책들이 제법 많다고 들었는데, 습인이
네가 가서 책 좀 빌려가지고 와, 응?
내가 가지고 있지 않는 책으로 재미있는 거 골라 오란 말이야.
다른 애를 보내면 뭐가 뭔지 모를 테니까 습인이 네가 직접 가야 해,
알았지?"
습인은 할수없이 보채에게 책을 빌리러 형무원으로 갔다.
그때를 놓칠세라 보옥이 청문을 불러 심부름을 시켰다.
"너는 말이야, 대옥 아가씨에게 가봐"
청문은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하고 보옥을 멀거니 쳐다보다가
부루퉁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냥 가보라니요? 무슨 용건이 있어야 가지요.
특별히 전할 말씀이라도 있어요?"
"아, 그런 건 없고. 그저 대옥이 무얼 하고 있나 한번 슬쩍 보고 오란
말이야"
"아이구, 도련님도. 그런 심부름이 어디 있어요?
대옥 아가씨가 무얼 하고 있나 알아보려면 대옥 아가씨 방으로
들어가봐야 할 테고 그러면 자연히 대옥 아가씨랑 마주치게 될 텐데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해요?
그냥 대옥 아가씨가 무얼 하고 있나 보고 오래요, 그렇게 대답해요?
그러면 대옥 아가씨가 보옥 도련님을 얼마나 실없는 사람으로
여기겠어요"
듣고 보니 청문이 말도 일리가 있었다.
보옥이 잠시 생각하더니 땀을 닦기 위해 옆에 놓아둔 손수건 두 개를
집어서 청문에게 주며 말했다.
"그럼 이 손수건을 갖다 주라고 해서 왔다고 해"
"아니, 새것도 이니고 이렇게 쓰다가 구겨진 손수건을 갖다주라구요?
무슨 욕을 들으려구요"
청문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욕을 들어도 내가 듣는 거니까 너는 쓸 데 없는 걱정 말고 이 손수건을
갖다주기나 해.
대옥 누이는 내가 이 손수건을 보내는 뜻을 알거야"
청문은 속으로 투덜대며 그 손수건을 받아 소상관으로 향했다.
보옥은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며 청문으로부터 손수건을 받는 대옥의
모습을 떠올렸다.
과연 자기가 청문에게 말한 대로 대옥이 손수건을 보내는 자기 마음을
알아줄 것인가.
아니면 청문이 예상한 대로 대옥이 구겨진 손수건을 준다고 화를
낼 것인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2일자).
"보채 누이가 보내준 약을 바르니 좀 낫는 것 같았는데 다시 아파오네.
아아, 이렇게 아프면 오늘 밤 잠도 잘 오지 않을 텐데.
책이라도 읽으며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몰라.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거의 다 읽었고.
아참, 보채누이에게 재미있는 책들이 제법 많다고 들었는데, 습인이
네가 가서 책 좀 빌려가지고 와, 응?
내가 가지고 있지 않는 책으로 재미있는 거 골라 오란 말이야.
다른 애를 보내면 뭐가 뭔지 모를 테니까 습인이 네가 직접 가야 해,
알았지?"
습인은 할수없이 보채에게 책을 빌리러 형무원으로 갔다.
그때를 놓칠세라 보옥이 청문을 불러 심부름을 시켰다.
"너는 말이야, 대옥 아가씨에게 가봐"
청문은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하고 보옥을 멀거니 쳐다보다가
부루퉁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냥 가보라니요? 무슨 용건이 있어야 가지요.
특별히 전할 말씀이라도 있어요?"
"아, 그런 건 없고. 그저 대옥이 무얼 하고 있나 한번 슬쩍 보고 오란
말이야"
"아이구, 도련님도. 그런 심부름이 어디 있어요?
대옥 아가씨가 무얼 하고 있나 알아보려면 대옥 아가씨 방으로
들어가봐야 할 테고 그러면 자연히 대옥 아가씨랑 마주치게 될 텐데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해요?
그냥 대옥 아가씨가 무얼 하고 있나 보고 오래요, 그렇게 대답해요?
그러면 대옥 아가씨가 보옥 도련님을 얼마나 실없는 사람으로
여기겠어요"
듣고 보니 청문이 말도 일리가 있었다.
보옥이 잠시 생각하더니 땀을 닦기 위해 옆에 놓아둔 손수건 두 개를
집어서 청문에게 주며 말했다.
"그럼 이 손수건을 갖다 주라고 해서 왔다고 해"
"아니, 새것도 이니고 이렇게 쓰다가 구겨진 손수건을 갖다주라구요?
무슨 욕을 들으려구요"
청문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욕을 들어도 내가 듣는 거니까 너는 쓸 데 없는 걱정 말고 이 손수건을
갖다주기나 해.
대옥 누이는 내가 이 손수건을 보내는 뜻을 알거야"
청문은 속으로 투덜대며 그 손수건을 받아 소상관으로 향했다.
보옥은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며 청문으로부터 손수건을 받는 대옥의
모습을 떠올렸다.
과연 자기가 청문에게 말한 대로 대옥이 손수건을 보내는 자기 마음을
알아줄 것인가.
아니면 청문이 예상한 대로 대옥이 구겨진 손수건을 준다고 화를
낼 것인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