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요즘 경제계 일각에서 "업계단체무용론"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이 업계의 이익대변을 위해 만든 소위 "<><>협회" "<><>연합회"등의
이름이 붙은 조직들이 업계단체다.

업종단위를 넘어 경단련등 전체경제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들도 이같은
논의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업계단체무용론은 크게 두가지 관점에서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국내적인 요인으로 업계에 대한 규제완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종단체란 보다 활발히 기업활동을 하기위해 자신들의 주장을 펴고 또
정부에 정책을 건의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여긴다.

이를 위해 정치자금을 납부하거나 대정부 로비를 하는 일도 흔하다.

그러나 무용론자들은 최근의 규제완화붐을 타고 단체들이 앞장서 주장하고
로비해야할만한 사안들이 거의 없어져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규제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인만큼 아직도 적지 않은 규제들이 남아
있지만 이들도 앞으로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다른 이유는 국제적인 관점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들단체의 존재가 국제적인 통상마찰(특히 미국과의)의 중요원인중 하나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정부는 일본업체들이 업계 단체를 통해 각종 담합을 실시하면서 시장을
과점함으로써 외국기업들의 참여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도 업계단체들이 있긴 하지만 최소한의 숫자에 그치고 있을 뿐아니라
일본의 단체들같은 힘을 갖거나 활동을 하는 사례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업계단체무용론은 이같은 점들을 지적하면서 각종단체가 특별히 할 일도
없으면서 통상압력의 빌미만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무용론이 제기된다고 해서 금방 단체가 연쇄적으로 해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논의만 하다가 끝이 나거나 해체의 과정을 밟는다 하더라도 대단히 긴
시간이 걸릴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 논의 자체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닌 듯하다.

실제로 한미통상협상에서 미국측은 화장품협회와 생보협회를 담합의혹을
내포하고 있는 단체로 들먹이면서 통상압력을 가한 사실도 있다.

일본에서의 단체무용론은 한국의 단체들도 통상압력에 대처하기 위해
무언가 장기적 방안을 서둘러 강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시사를 던져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