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호 < 인제대의대 내과교수 >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않고 제대로 알고
있지도 못하면서 알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환자들이 분명히 인식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첫째는 당뇨병이란 낫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많은 병들 가운데 낫는 병도 있고 낫지 않는 병도 있다.

세균 감염에 의한 병들, 예를 들면 결핵 급성신우신염 편도선염 등은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해 완치할수 있는 병들이다.

이들에 의한 증상은 고열이 나고 아무리 혹독하다 할지라도 100% 완치
가능한 병이다.

낫지 않고 평생을 지니고 가는 병으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인병이라는
것들이 대개 여기에 속한다.

물론 당뇨병의 경우 주사를 맞던 사람이, 혹은 경구 혈당강하제를 먹던
사람이 운동과 식사 요법 등을 열심히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비만한
사람의 경우 몸무게를 정상으로 유지한다면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거나
경구 약을 먹지 않고도 혈당 조절이 잘 될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완치됐다고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경구 당부하 검사를 하면 정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상이 좋아지고 평상시의 혈당만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해서
완치되었다고 얘기할수 없는데 민간요법에서는 어떤 신비의 영약이나
치료 기구, 혹은 어떤 샘물이 당뇨를 완치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런데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합병증으로 병원에 찾아오는 당뇨병 환자의 반수 이상이 잘못된 민간요법,
허가받지 않은 약물의 복용 등에 의한 것이다.

둘째는 당뇨병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병이라는 것이다.

당뇨병은 일주일 한달 혹은 일년, 아니 길게 잡아 10년 정도에 끝나는
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평생을 같이 살아가는 병이다.

따라서 한순간의 잘못이 크게 망치지도 않지만 조그만 잘못이 계속
누적되어 10년쯤 뒤에 후회하게 될수 있다는 것이다.

당뇨 조절을 열심히 하고 있을 때에 어쩌다가 술 한잔 마시고 아니 소주
한 병을 마신다고 해도 혈당의 증가폭이 눈에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매일 혹은 자주 일어나게 된다면 그런 것들이 누적되어
나중에 돌이킬수 없는 합병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들은 매일의 생활이 건전하고 방종하지 않고 절도 있는 생활을
하여야 한다.

사실 당뇨병이란 오래 끄는 병이기 때문에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살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왜냐하면 당뇨병이 없을 적엔 술 담배를 심하게 하고 밤새 노름도하며
지내서 건강을 망치게 하기도 하고 음주운전 등으로 불귀의 객이 되거나
사고를 당할 수도 있지만 당뇨병을 갖게 됨으로써 술과 담배를 끊고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를 하므로 더 건강해지고 밝은 생활을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2일자).